‘불완전 연소’ 함서희, UFC 연착륙 가능성 활짝
13일 TUF 20 피날레서 칼더우드에 아쉬운 판정패
시차 적응 문제·체격 차이 등 악조건 속 분전
국내 유일 UFC 여성 파이터인 ‘함더레이 실바’ 함서희(27·부산팀매드)가 아쉬운 옥타곤 데뷔전을 치렀다.
함서희는 13일(한국시각) 라스베이거스 팜스 카지노 리조트에서 열린 TUF 20 피날레 스트로급(52kg)에 출전해 조앤 칼더우드(28)와의 맞대결서 0-3 심판 만장일치 판정패했다.
함서희는 국내 여성 종합격투기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한명이다. 최근 들어 송가연(20·팀원), 송효경(32·싸비MMA) 등 빼어난 외모와 여성적 매력을 갖춘 선수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함서희는 진작부터 격투 팬들 사이에서 ‘코리안 슈퍼우먼’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작고 아담한 체격과 달리 뛰어난 기량을 앞세워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2004년 전국 산타선수권대회 금메달, 2004년 전국 킥복싱 신인왕전 준우승, 2009년 일본 글레디에이터 오카야마대회 여성부 밴텀급 챔피언, 2013년 쥬얼스24 페더급 챔피언 등 국내는 물론 동양권에서는 최상위권으로 분류됐다. 무엇보다 함께 훈련할 변변한 여성파트너도 마땅치 않았던 상황에서 일궈낸 업적들이라 더욱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함서희의 별명 ‘함더레이 실바’는 프라이드, UFC 등에서 인기 파이터로 활약한 '도끼살인마' 반더레이 실바(38·브라질)의 이름에서 따왔다.
어찌 보면 작고 귀여운 스타일의 여성에게 어울리지 않는 별명일수도 있지만 오히려 함서희는 실바의 캐릭터를 즐기고 있다. 특히 실바가 그랬던 것처럼 함서희 역시 난타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화끈한 파이터인 만큼 팬들 사이에서도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았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는 함서희가 새로운 별명을 쓸 가능성도 있다. UFC에서의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실바는 예전처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상당수 팬들이 안티 팬으로 돌아서며 팬심을 철저하게 잃은 상태다.
예전에는 실바의 좋은 이미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었지만 현재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도 크다. 함서희 역시 UFC 진출에 맞춰 새로운 출발을 결심하는 의미로 캐릭터 변신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함서희는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그녀는 지난 11월 초 UFC 계약서에 사인을 했고 불과 1개월여 만에 경기를 가졌다. 몸과 마음의 준비라는 측면에서 통상 2~3개월 정도의 여유가 주어지는 게 보통이지만, 기회를 잡아야 된다는 판단에 다소 과감하게 제안을 받아들였다. 경기를 코앞에 두고 부랴부랴 출국해 시차 적응도 문제가 됐다.
무엇보다 신체적 열세가 문제였다. 함서희는 자신이 뛰게 될 스트로급(-52.5kg)에서 감량이 거의 필요 없었다. 평소 체중이 52kg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선수들이 감량 후 리바운딩을 통해 실제 경기에서는 더 높은 체중으로 뛰는 것을 감안하면 악조건에 놓인 셈이다.
이는 UFC에 함서희가 뛸 수 있는 체급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상위 체급 선수들과 싸워야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입증하듯 칼더우드 역시 신체 조건에서 함서희(157cm·52kg)보다 월등했다. 신장은 무려 10cm나 큰 167cm이며 평소 체중 또한 50kg후반대로 알려져 있다. 함서희로서는 시차 적응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보다 월등한 신체조건의 상대와 겨뤄야 했다.
그렇다고 칼더우드가 기술이 모자란 선수도 아니었다. 인빅타FC 등에서 활동한 칼더우드는 8전 전승의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던 중이었다. 비록 지난달 TUF 8강에서 탈락했지만, TUF는 결승전 피날레 외의 전적은 공식기록으로 올리지 않는 만큼 무패 전적을 유지하고 있던 터였다.
칼더우드는 좋은 신장을 바탕으로 한 능숙한 킥 공격으로 함서희를 괴롭혔다. 원거리에서 로우킥으로 상대를 건드리다 빈틈이 발견됐다 싶으면 미들킥-하이킥을 거침없이 날렸다. 3라운드 중반 함서희가 하이킥을 허용한 것이 좋은 예다.
이에 함서희는 빠르고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칼더우드의 킥 타이밍에 맞춰 펀치 카운터를 날리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칼더우드가 킥 능력에 비해 펀치 테크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약점을 노린 전략이었다. 1라운드에서는 크게 효과를 봤지만 체력적 문제점이 나타난 2라운드 중반 이후부터는 워낙 큰 신장 차에서 비롯된 주먹 공격의 불리함으로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함서희는 데뷔전에서 팬들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뚜렷한 신체 조건의 한계에도 결코 물러섬 없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밀어 붙여 향후 연착륙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 여성판 도끼살인마의 UFC 입성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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