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올해 기업규제 개혁, 100점 만점에 80점 수준”


입력 2014.12.24 15:03 수정 2014.12.24 15:22        조진래 편집인

<데일리안 규제개혁 좌담회 ①>10% 절감 목표 등 시스템화 후한 점수

- 아직 실질 체감도 낮고 생활형 규제 혁파 성과는 “글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과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임원혁 KDI규제개혁센터 소장 등 5명의 규제개혁 전문가들이 데일리안 주재로 2014년 기업규제 개혁 성과를 점검하는 '규제개혁 지상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좌담회는 데일리안이 2015년 1분기 중 계획 중인 '데일리안 경제혁신포럼'에 앞서 이뤄진 것이며 이 메일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 편집자 주 >

참가자들은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혁파 노력 자체에는 후한 점수를 주었다. 가시적인 성과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70점을 준 참가자도 있었지만 대체로 80점 수준으로 평가했다. 연내 목표 설정 등 규제개혁을 시스템화한 점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현장 체감도가 낮고 규제 현장에서 불합리한 관행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생활형 규제에 대한 개혁성과가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국회 등 유관기관의 협조도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들은 "개혁의 부작용을 두려워 말라"면서 새로운 산업과 직업을 만들어 경제활성화에 실질 도움이 될 '좋은 규제'를 많이 만들어 줄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특히 규제 품질 개선 노력과 함께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통해 선진국 수준의 규제개혁 시스템을 갖춰줄 것을 당부했다.

“규제 이슈가 국정의 큰 축 자리매김 큰 성과”

- 올해 정부는 대통령 주재로 두 차례의 규제개혁 대토론회를 갖고 전방위적인 기업규제 혁파에 나섰습니다. 올해 정부의 기업규제 개혁 성과에 점수를 주신다면 몇 점을 주실 수 있으신지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데일리안DB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 저는 A학점을 주고 싶습니다. 과거 10년 간 눈덩이처럼 불어나던 규제를 처음으로 감소세로 떨어뜨린 게 현 정부입니다. 처음으로 연내 10%라는 규제감축 목표를 설정했고 현재까지 철폐된 규제가 200여 건으로 목표 대비 3% 정도 됩니다. 목표에는 못미치지만 이 정도 줄인 것이 어딘가 싶습니다. 규제 총량제, 규제영향평가제, 원칙허용 예외금지 시스템 등 규제 개혁 기반과 시스템이 마련되었습니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규제개혁이 이슈가 되었고 국정의 가장 큰 축으로 떠올랐습니다. ‘규제개혁 르네상스 시대’가 이제 온 것 같습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 박 대통령이 2차례의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암 덩어리 규제’, ‘고르디우스 매듭’이라고 까지 표현하면서 과감하고도 속도감있는 규제개혁을 주문했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공인인증서 사용의무 폐지 등 철옹성 규제도 다수 혁파되었습니다. 규제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혁한 것, 규제비용총량제 도입과 포지티브 규제의 네거티브화 등 법제화 노력도 평가받을 만 합니다. 정부의 규제개혁 만을 평가해 보면 90점을 주고 싶습니다. 다만, 국회입법 지연으로 규제개혁 성과가 실제 제도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성과 면에서는 80점 정도를 주고 싶습니다. 규제개혁 2년차인 내년에는 더 많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 =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인 규제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정부의 개선사항이 기업 현장과는 크게 연관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가 발표했던 개선사항들 중 국회 통과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있어 실제 이행으로 연결되지 않기도 합니다. 상반기에 본회의 중소기업 규제개선 성과 만족도 조사에서 ‘만족한다’는 응답이 13%였던 반면, ‘보통’이라는 응답은 46%에 달했습니다. 따라서 점수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아직 기업현장의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입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데일리안DB
△윤창현 금융연구원장 = 80점 수준이라고 봅니다. 규제개혁은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하고 필수적인 규제를 통해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금융규제를 중심으로 보면 2014년 규제 개혁은 금융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10×10 Value Up’이라는 중장기 목표(비전) 달성을 위해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규제완화를 추진했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임원혁 KDI 규제개혁센터 소장 = 70점 정도를 주고 싶습니다. 규제개혁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부각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는 적고 보완되어야 할 사안은 많기 때문입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해 민관 유착 문제가 부각된 이후 규제개혁의 기본 방향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된 결과, 무엇이 좋은 규제이고 무엇이 나쁜 규제인지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진 점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규제 개혁 기반 및 우호적 환경 조성 평가할 만”

- 올해 추진된 기업규제 개혁 과제 가운데 잘 되었다고 평가할 만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렇게 평가한 이유도 말씀해 주십시오.

이동근 대한상의부회장.ⓒ데일리안DB
△이동근 부회장 =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을 통해 기업현장의 투자애로를 해결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서울반도체,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등의 인접공장 연결 애로해결로 대규모 신규투자와 고용창출이 가능해 졌습니다. 부동산 투기 과열기 때 도입된 부동산 규제를 현실에 맞게 재정비한 점도 의미가 큽니다. 최경환 경제팀도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LTV와 DTI 규제를 완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재건축 규제완화 등 이른바 부동산 3법이 현재 국회계류 중인데 잘 처리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규제비용 총량제가 도입되어 불요불급한 규제가 신설되는 것을 억제할 방안이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승철 부회장 = 규제개혁 시스템과 규제개혁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부처별로 규제 감축 목표제가 도입된 덕분에 책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규제포털을 만들어 규제개혁 진척사항을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린 점도 의미가 큽니다. 또 역대 정부 가운데 처음으로 국회의 의원입법까지 모니터링한 점은 평가할 만 합니다. 특히 전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개최해 국가 전체적으로 규제개혁을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규제포털’에 의하면 올 3월 1만5169건이던 규제 건수가 12월 현재는 1만4971건으로 줄었습니다. 창조기업, 신생기업·산업의 등장을 촉진하는 규제개혁도 이루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이 불가능할 것이라 했던 액티브 X가 없어졌습니다. 자동차 개조에 관한 규제가 풀리면서 전국 시도에서 튜닝산업을 유치하겠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액티브 X, 푸드 트럭 등을 통해 규제개혁이 일반 국민들의 생활 불편도 없앨 수 있다는 쪽으로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부회장.ⓒ데일리안DB
△송재희 부회장 = 현 정부의 핵심적인 중소기업 정책 중 하나인 ‘성장 사다리 구축’을 실현하려면 창업에서부터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규제를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졌으나 담보가 부족한 창업기업에 자금 지원을 강화하는 IP금융제도 개선이나, 제2금융권 연대보증 폐지 및 창업자에 대한 연대보증 부담완화, 사전증여 과세특례 확대를 통한 원활한 가업승계 유도 등은 성장사다리 구축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녹지․관리지역 내 공장의 한시적 증설규제 완화나 산업단지 내 입주가능 서비스업종 확대, 중소기업 화학물질 관리지원 등 입지, 환경 분야 규제에 대한 규제 해소 노력도 미흡하나마 긍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원혁 소장 = 정부가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규제개혁 과제는 유망 서비스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무엇’(what)과 규제개혁 시스템 정립에 초점을 맞춘 ‘어떻게’(how)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전자에서 잘 된 것은 전자상거래의 간편 결제 등을 비롯해 금융과 정보통신이 융합되는 부문에서의 규제개혁에 관한 문제 제기입니다. 후자에서 잘 된 것은 규제정보포털(better.go.kr)을 대대적으로 개편해 국민들이 개혁 과제를 손쉽게 건의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부처로 하여금 공개적으로 소명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며 누구나 규제개혁 전반의 진척사항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윤창현 원장 = 저는 금융규제 개혁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비명시적 규제나 숨은 규제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규제비용을 절감한 부분은 평가받을 만 합니다. 전체의 약 40%인 700건이 개선된 것으로 일고 있습니다. 또 매년 9월을 ‘금융규제 정비의 달’로 정하는 등의 상시점검 제도를 도입한 것은 진일보한 규제합리화 정책이라 생각됩니다.
불필요한 규제나 시의성 없는 규제를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정책적 리더십도 강화되었다고 봅니다. 특히 자본시장에 대한 연속적이고 종합적인 규제개혁은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톱 밑 가시’ 중소기업 규제에 더 관심을”

- 반대로, 올해 기업규제 개혁 추진 과정에서 미진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송재희 부회장 = 상대적으로 개혁효과가 미미한 중소기업 관련 규제나 ‘손톱 밑 가시’ 해소에는 관심도가 떨어져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해소된 사례가 많이 있더라도 개선내용을 적용받게 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해당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 대통령께서 여러 회의 자리에서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정책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개선한 내용이 실제 수혜자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약간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이승철 부회장 = 규제개혁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중심으로 시작했다는 점이 좀 아쉽습니다. 중앙부처에서 상층부로, 상층부에서 하층부로,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행정부에서 정치권으로, 그리고 국민으로 까지 규제개혁 분위기가 확산되기엔 아직 충분치 않습니다. 지금과 같은 톱 다운(top-down) 방식에서 앞으로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이 중심이 돼야 피부에 와 닿는 과제를 발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동근 부회장 =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핵심규제에 대한 개혁이 부진했습니다. 서비스산업에선 보건의료, 관광, 교육부문 규제가 여전합니다. 비영리 병원의 채권 및 주식발행 금지 등이 대표적이지요. 노동 분야에서는 파견근로자의 업종 및 기간을 제한하고 파업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등의 규제가 기업에 부담을 줍니다. 대기업 관련 지주회사 관련 규제(부채비율, 자회사 지분율 제한 등)도 그렇구요.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장치 도입이 불허된 것 등도 개혁 과제입니다. 환경규제 신설은 큰 부담입니다. 내년만 해도 화평법이니 화관법, 배출권거래제 등이 도입 적용됩니다. 지자체 규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큰 문제입니다. 중앙정부가 아무리 규제완화를 해도 지자체 조례와 일선 공무원의 불합리한 행태가 여전합니다. 주택법상 사업과 무관한데도 지자체에선 아직도 기부채납과 연계한 사업승인 관행이 여전합니다.

△윤창현 원장 = 올해는 전반적으로 규제개혁의 방향과 방식, 신속과제를 발굴함으로써 규제혁신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규제개혁의 효과는 민간부문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 부문이 있다고 보여 집니다. 법률 개정이나 이해관계 조정 등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규제 효과가 충분이 전달되거나 느껴지지 않는 것이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규제개혁 조치에 대한 사후적인 성과관리를 강화하고 시장여건에 맞는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개혁 기조를 지속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임원혁 KDI 규제개혁센터 소장.ⓒ데일리안DB
△임원혁 소장 = 국민경제 전체를 보고 지속적으로 규제의 품질을 개선한다는 철학이 부족하다고 생각됩니다.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 세월호 참사,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오룡호 침몰에 이르기까지 올해 일어난 대형 사고를 돌이켜보면서 안전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제대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확립해야 함을 절감했을 것입니다. 단통법이나 신도서정가제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규제가 담합을 조장하고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어서도 안됩니다. 앞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시장 경쟁과 혁신을 촉진한다는 확고한 철학 하에 규제개혁이 이뤄져야 합니다.

조진래 기자 (jjr2014@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조진래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