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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신호탄’ 지동원, 박주영과 사뭇 다른 용기


입력 2014.12.23 11:21 수정 2014.12.23 11:25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도르트문트서 자리 잡지 못하자 과감하게 이적

아스날에 미련 두었던 박주영과 정반대 길

아우크스부르크 이적으로 실리를 택한 지동원. ⓒ 게티이미지

이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길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도 용기다. 지동원(23)이 운명의 갈림길에서 또 한 번의 결단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는 22일(한국시각) 지동원의 영입을 공식발표했다. 현지에서도 놀랄 만큼 상당히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전력 외로 분류되며 시련의 시간을 보내던 지동원은 다시 한 번 재기의 기회를 마련했다.

아쉽지만 도르트문트는 지동원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치로 임모빌레, 아드리안 라모스, 마르코 로이스 등 쟁쟁한 선수들이 넘쳐나는 도르트문트에서 최전방은 물론 2선에서도 자리가 없었다. 더구나 올 시즌 팀성적이 강등권까지 떨어지는 최대 위기를 맞으며 후반기에도 팀 내 입지가 불확실한 지동원에게 기회가 돌아올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지동원의 빠른 결단은 아스날에서 허송세월을 보낸 박주영과 대조된다. 박주영은 2011년 아스널에 입단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주전경쟁에 밀려 전력 외로 분류됐다. 두 차례 임대도 모두 씁쓸한 실패로 끝났다. 이적을 통한 활로모색에 소극적이던 박주영은 결국 구단에 의한 강제 방출로 쓸쓸하게 아스날에서의 경력을 마감했고, 축구인생에서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동원은 이미 선덜랜드에서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기회를 주지 않는 팀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뼈저리게 체험한 바 있다. 도르트문트행이 고작 반 년 만에 실패로 끝났지만 미련을 두지 않고 실리를 택한 것은 본인을 위하여 현명한 선택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동원에게 좋은 기억이 많은 팀이다. 지동원의 짧지만 다사다난했던 유럽 생활 중에서 유일하게 강한 인상을 남긴 팀이 아우크스부르크다. 선덜랜드 소속이던 2013년 1월부터 반 년간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17경기에서 5골을 기록했다.

1년 뒤 올해 1월에는 또 다시 반 년간 임대돼 12경기 1골로 기대에 못 미쳤지만 여전히 지동원에 대한 구단의 신뢰는 높은 편이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감독이 멀티플레이어로서 지동원의 활용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 같은 한국인 선수인 홍정호와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되었다는 것은 두 선수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큰 의지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동원에게 이번 아우크스부르크행은 유럽무대에서의 마지막 승부수가 될 수도 있다. 선덜랜드, 도르트문트에서의 잇단 실패와 방황으로 지동원의 유럽무대 경력은 막다른 골목까지 몰렸다. 무엇보다 지난 3년간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지동원이 선수로서 한창 중요한 20대 초중반에 얼마나 꾸준히 성장했는지가 의문이다.

이번 아우크스부르크행은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이다. 여기에서마저 지난 1월과 같은 부진이 반복된다면 지동원으로서는 박주영의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걸어야할 시점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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