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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래]삼성전자-LG전자 ‘세탁기 갈등’ 슬기롭게 빨리 끝내라


입력 2014.12.23 16:31 수정 2015.01.05 11:32        조진래 편집인

<컬럼> 법정 다툼 반기업 정서 부추겨…조기결론을

사업 한계 극복위한 노력 절실…선의의 경쟁 기대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세탁기 훼손 논란'으로 야기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자칫 큰 법정 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삼성전자가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을 고소한 데 이어 최근 LG전자가 삼성전자 측을 맞고소하면서 이전투구(泥田鬪狗) 싸움이 재현될 분위기다.

삼성 측은 LG측이 국제행사에서 자사 세탁기를 훼손한 데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LG 측은 삼성 측이 증거를 훼손해 위조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근 명예훼손으로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서울중앙지검에 맞고소했다.

LG 측은 삼성전자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의 가전 양판점 자툰 유로파센터에서 파손됐다고 주장한 세탁기 현물이 최근에야 검찰에 제출된 것은 고의적인 증거은닉에 해당하며 그 과정에서 훼손 혹은 조작의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삼성 측은 "궤변"이라면서 맞고소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 임을 천명하고 있다.

사실 국민들은 이 사건의 팩트를 잘 모른다. 걱정스러운 것은 그런 국민들의 시선이다. 당초 경쟁 과정에서의 해프닝 정도로 여겨졌던 일이 법적 소송으로 확산되는 모습에 국민들은 많이 실망하고 있다. 사건이 확대될 수록 실망감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LG전자 조 본부장이 가능하면 빨리 검찰 조사에 응해 사태를 매듭짓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삼성과의 감정 싸움이 법정으로 더 커지기 전에 사건 당사자인 LG 측도 시시비비를 빨리 가리는 게 옳다.

이미 4명의 LG전자 임직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 본부장도 내년 1월7일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참석 등 회사 안팎으로 일정이 바쁘겠지만 나름 사태해결의 성의를 보일 필요가 있다. 시간을 끌수록 여론은 두 회사 편이 아닌 쪽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기사나 보도들에 대한 반응은 ‘제대로 시시비비를 가려라’는, 서로에게 우호적인 편의 목소리도 많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런 '저급한'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 보기 그렇다는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도 상당하다.

최근에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까지 터지는 통에, 안 그래도 재벌기업들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데 삼성과 LG라는 두 대기업이 벌이려는 법정 다툼에 어느 국민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는 과거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되고 고용불안이 심화되면서 그 책임의 화살이 대기업으로 향하고 있다. 실제 효과가 미지수인 ‘기업 내부 유보금 과세’ 정책에 국민들이 호응하는 것 만 봐도 대기업, 재벌기업을 보는 우리 국민들의 평균적인 시선을 알 수 있다.

국민들은 이 사건의 시시비비에 주목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에 눈 맞추고 있다. 국민들의 평균적인 시선에서 본다면, 이런 분쟁은 법적으로 해결하기 보다 이해 당사자들이 만나 진실되게 대화하고 화해하고 사과하면 될 일이다. 법으로 가기 전에 말이다.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검찰에서 라도 마무리짓는 모양이 좋다. 조사 과정에서 극적인 중재도 가능할 것이다. 양 측의 물밑 대화를 기대하는 게 과연 무리일까..

국내에서 다툴 시간 없어 ... 글로벌 무한경쟁 시장에서 더 뒤처져선 안돼

최근 들어 글로벌 IT기업들은 저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다.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어 관련 기술과 컨텐츠를 가진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선두업체들은 이름도 듣도 보도 못했던 작은 벤처기업들을 수조원 씩 들여 입도선매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기존의 B2C 사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B2B 사업으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되고 여기에 서비스까지 추가되는 고부가가치의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시장이 그런 미래 비전 중 하나이다. 2조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엄청난 시장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뒤쳐져 있다. 자본력도 달리고 미래 산업에 대한 통찰력도 앞선다고 할 수 없다. 그러는 사이에 파나소닉과 같은 일본 유수의 기업들도 하드웨어 제조업이 아닌, 솔루션과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하는 기업으로 완전히 거듭나고 있다. 중국 후발 신흥기업들의 맹추격은 말할 필요 조차 없다.

2015년은 삼성과 LG는 물론 모든 우리 IT 전자 기업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 등 기존 산업을 대체할 혁신적인 무언가를 서둘러 내놓지 못하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계속 머물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삼성과 LG의 대승적인 협조와 관용, 그리고 선의의 생산적인 경쟁이 필요한 때이다. 삼성과 LG가 다투면 한국 경제가 망가진다.

조진래 기자 (jjr201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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