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탐탐 부활하려는 통진당 끝장 법안 어디 없나
위헌정당 재보선 출마금지법, 정당법 개정안 계류중
기본권 침해라는 반론 속에 쉽사리 통과되기 난망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당 소속 인사들의 정계 복귀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한 법안 처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5명 중 지역구 의원은 이상규(서울 관악을)·김미희(성남 중원)·오병윤(광주 서구을) 등 3명이다. 이들은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년 4월 29일 치러질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다시 한 번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임을 시사했다.
현행법상으로도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 소속 의원들이 내년 4월 보궐선거에 나오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다.
이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법적으로 통합진보당이 신생 정당을 만들지 못하고 이들의 국회 복귀를 차단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2일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행법상 의원직을 상실한 통합진보당 의원이 다시 재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며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리 당 김진태, 이노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종합해 당에서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같은 당 윤영석 원내대변인도 같은 날 ‘MBC 라디오’에서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들과 당원들의 잘못으로 인해 보궐선거가 실시되게 된 마당에 다시 출마하겠다고 하는 것은 법적인 책임을 떠나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이석기 전 의원의 구속될 당시 이른바 ‘이석기 방지법’을 쏟아내며 통합진보당 몰아내기에 힘쓴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는 김진태 의원이 대표발의로 내놓은 ‘위헌정당 재·보선 출마금지법’이 계류돼 있다.
이 법안은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한 정당의 당원인 국회의원·지방의원·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을 해산 결정일로부터 10년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해산 정당의 ‘당원이었던 자’까지 피선거권을 제한하도록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 번이라도 통합진보당에 속했던 자들은 10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통합진보당 인사들은 내년 4월 보선에 나설 수 없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정당법 개정안도 비슷한 내용이다. 이 법안은 헌재에 의해 해산 결정을 받은 정당에 소속된 국회의원·지방의원·지방자치단체장의 자격이 상실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현재는 법무부가 별도로 자격상실 청구를 하지 않는 한 헌재의 해산 결정만으로 선출직 의원이나 단체장을 현직에서 끌어내릴 수 없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은 자동으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유사정당 창당을 저지하기 위해 심재철 의원이 지난해 5월 내놓은 ‘범죄단체의 해산 등에 관한 법률안’도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여기에는 법원에서 반국가 등으로 판명돼 한번 해산된 단체를 대체하는 조직의 설립을 원천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대통합진보당’, ‘통합진보신당’ 등과 같은 유사 명칭조차 사용할 수 없다. 또한 해산된 조직의 기반이 될 하부조직 구성도 엄격하게 제한된다.
또한 윤상현 의원의 △국가보안법이나 형법을 위반한 인사에 대한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처벌받은 종북 인사들을 사면과 복권을 제한하는 ‘사면법 개정안’도 각각 안행위와 법사위에 묶여 있다.
여권이 추진하는 ‘통합진보당 방지법’은 현재는 해당 상임위에 계류돼 있으면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이번 헌재의 해산 결정으로 더욱 입법의 가속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법무부도 해산 정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과 대체 정당 설립 차단 등을 명문화하기 위한 법률 보완 작업에 착수하는 등 여당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무부는 현재 국회에 제출돼 있는 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법안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통합진보당의 정계 복귀를 원천 봉쇄하기 위해 여당과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계류 중인 법안들이 국민의 선택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야당과의 논란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도하게 기본권을 제한 한다는 반론이다. 이와 관련 복수의 야당 관계자들은 ‘통진당 방지법’에 대해 “굉장히 반헌법적인 법안”이라고 하나 같이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당으로서는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 정상화 등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통진당 방지법’처리에 올인 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 지도부의 관심과 입법 의지도 일각의 기대만큼 크지 않아 보여 이른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한다.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사태 이후 통합진보당 인사들의 거취와 행보에 관심이 가는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방지법’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본회의 통과라는 관문을 넘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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