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 같은건 필요없는데" '패륜 인터넷카페' 들여다보니
"인터넷 문화 확산에 엄하지 못한 교육이 '안티부모 카페' 개설 부추겨"
아버지와 어머니 등 부모에 대해 욕설을 퍼붓거나 부모에 대한 불만을 원색적으로 드러내는 인터넷 커뮤니티가 운영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을 전해주고 있다.
‘엄구모(엄마를구타하는모임)’, ‘엄싫모 엄마를 싫어하는 모임’, ‘엄마 싫어 카페’, ‘모든부모들의 안티카페’ 등 이름으로 대형 포털 곳곳에 개설돼 있는 해당 인터넷 카페들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카페 내부에는 부모에 대한 적대감을 분출해 놓은 글들로 쌓여있었다.
카페에 게재된 글의 문체, 주제 등을 감안했을 때 카페를 이루고 있는 회원 대다수는 10대 청소년으로 추정된다.
이르게는 2000년대 중반부터 개설되기 시작한 ‘안티부모 카페’ 가운데 상당수는 회원수가 10명을 넘지 못하는 등 소수로 운영되거나 휴면중인 카페가 대부분이었지만 여전히 부모에 대한 비방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는 카페도 있었다.
지난 2013년 9월 개설된 ‘모든부모들의 안티카페’(회원수 43명)는 최근까지도 꾸준히 부모들에 대한 비방글이 게재되고 있다.
해당 카페에는 부모님이 심부름을 시킨다는 이유로, 종교를 강요하거나 컴퓨터에 비밀번호를 걸었다는 이유로, 혹은 휴대폰을 압수했다는 이유로 부모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을 늘어놓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sunr*****’라는 아이디의 카페 회원은 지난 27일 게시한 글을 통해 “동생X이 축구하지도 않으면서 공 숨기고 내놓으라니까 혼자 할 거라고 그래서 XX 약하게 밀쳤더니 애미X이 꺼지라네. 우아 XX”이라면서 “내가 상황 설명하려니까 내말은 듣지도 않고 XX 크게 소리질러 XXX들”이라고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내고 있다.
‘뚱*’라는 회원은 지난 25일 올린 글을 통해 “술 많이 X먹는 애비 때문에 이 카페에 가입했다”면서 “크리스마스인데 애비가 XX 술 많이 X먹고 와서 집에 와서 XX을하고 자고 있어요. 선물은 제가 주는거 아니냐고...차라리 이런 애비 같은 건 필요 없는데”라고 자신의 가입 이유를 적었다.
‘kr06****’이라는 회원도 “솔직히 심부름꾼처럼 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걸을 수 있으면서 지 안경을 지가 가져갈 것이지 왜 또 나한테 가져오라고 하고 난리”라면서 “그것도 짜증나게 만날 욕까지 쓰면서 짜증내면 나까지 열받잖아. 간단한 일 가지고 욕까지 하고 스트레스를 풀어?”라고 말했다.
해당 카페에는 부모에 대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정말 밉다. 왜 나를 낳았냐”는 등 거침없는 표현을 하는 회원들이 대다수였다.
일부 카페의 경우 보기만해도 섬뜩한 이름의 카테고리가 설정돼 있는 곳도 있었다. 지난 2011년 5월에 개설된 ‘엄마 싫어 카페’(회원수 9명)의 경우 카페 카테고리에 ‘엄마를 없앨 방법’이라는 이름의 항목이 있었다.
지난 2005년 개설돼 현재 비활성상태인 ‘엄구모 카페’(회원수 9명)의 경우에는 ‘엄마 짜증나요 싫어요 미워요’, ‘미운엄마사진’, ‘엄마고문실’ 등의 카테고리로 카페 항목이 구성돼 있었다.
확산된 인터넷 문화, 부모들의 ‘오냐오냐’ 교육이 ‘안티 부모 카페’ 부추겨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처럼 인터넷을 통해 부모들에게 악성 비방 게시글을 올리는 문화가 확산된 것은 청소년기 특유의 반발심이 반영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부모에게 욕설하는 수위가 한계치를 넘어섰고 인터넷 카페에 모인 또래 간 ‘군중심리’로 인해 위험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 시기의 청소년들이 ‘사춘기’로 인해 부모에 대한 반발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성장과정이다. 하지만 현대와 같이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들조차 엄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어 ‘안티 부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터넷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또래 간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도 이 같은 '안티부모'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자신이 올린 부모에 대한 욕설 게시글에 공감을 표현하는 또래가 생겨나면 생겨날수록 자신이 주목을 받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30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청소년기의 특징은 부모로부터 자유, 반발 등을 추구하는 것이지만 이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글들은 표현 방법에 있어서 한계를 넘어섰다고 볼 수 있다”면서 “억압된 감정을 표현하면서 또래들에게 공감을 얻고 이를 통해 정서적 지지효과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처음에는 조그만한 불만이었을 수 있지만 다른 또래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정이 증폭되면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혼자서는 못하는 표현이나 행동도 여럿이 함께하면 하기 쉬운 것이 군중심리다. ‘안티부모 카페’의 경우도 그런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과거에도 부모님에게 반발하고 대드는 아이들은 많았지만 현대사회에는 이런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을 가르칠 마땅한 사람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교권은 무너진지 오래고 부모들은 엄하지 못해 아이들을 싸고돌며 교육시킨다. 사회 전반적으로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무너진 것에 대한 연장선상이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채 교수는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창구가 있다 보니 이를 이용해 감정 표현을 하는 것이 쉽고 동조자를 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다”면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먼저 알아채고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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