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감사관 이명춘 내정 이유가 자사고 폐지 가속화?
민변 교육청년위원장으로 교육청 자사고 지정취소 관련 법률 검토 맡기도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오는 2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감사관에 이명춘 법무법인 정도 대표변호사(55)를 내정한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이 내정자를 앞세워 자율형 사립고 폐지 정책에 더욱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내정자는 현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소속 교육청소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등 진보 성향의 단체로 구성된 ‘특권학교 폐지·일반학교 살리기 서울공동대책위원회’에 자율형 사립고 지정취소와 관련한 법률검토 의견서를 제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가 이 내정자가 위원장으로 있는 민변 교육청소년위원회로부터 받은 법률 검토 의견서 중에는 ‘자사고 지정·취소권을 갖고 있는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되 반드시 장관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등 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법제처는 ‘교육감이 자사고의 지정을 취소하는 경우에는 미리 교육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대해 “협의의 의미는 단순히 의견을 듣는 절차를 넘어 의견의 일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는 법령 해석을 내놓았다.
자사고 지정취소 권한과 관련해 민변은 ‘자사고 지정취소는 교육감의 권한’이라는 데 무게를 실은 반면, 법제처는 ‘교육감과 교육부장관의 의견 일치’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때문에 민변 교육위 소속으로 자사고 지정취소와 관련한 법률 검토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는 이 내정자가 감사관으로서 활동하게 되면 조 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정책에 보다 강력한 힘이 실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교육청 감사관은 대학을 제외한 서울시내 국공립 및 사립학교(유치원 포함) 등 교육감이 관장하는 2000여개의 교육기관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향후 서울시내 자사고에 대한 압박이 한층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명춘 내정자, 통진당 변론 맡은 변호인단 27명 중 한명
아울러 이 내정자의 이력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조 교육감의 인사가 정치적으로 치우쳐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내정자는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 해산 결정이 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에서 통합진보당의 변론을 맡은 변호인단 27명 중 한 명으로 드러나 ‘정치적 중립에서 벗어난 인사’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인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에 관여했던 이력을 감안해 향후 교육기관의 공무원으로서 우리 헌법과 국가공무원법이 명시하고 있는 엄격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또 전북 전주 출신인 이 내정자가 전주북중, 서울대 출신으로 조 교육감과 동문이라는 점에서 ‘제 식구 챙기기’라는 의혹마저 불거지고 있다.
이밖에 조 교육감의 이 내정자 임용은 과거 곽노현 전 교육감이 송병춘 변호사(현 서울시 감사관)를 감사관으로 임용한 사례와 ‘닮은꼴’이다.
민변 교육청년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재임 당시인 2010년 9월 감사관에 임명된 송 변호사는 재직 중 사학법인과 관련한 내부문서를 유출(공공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하는 한편 무단 외출해 사학비리 관련 토론회에 참석, 정부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는 등(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의 문제로 검찰에 고발당한 바 있다.
송 변호사는 곽 전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으며 2012년 교육감직을 박탈당한 뒤 그해 12월 치러진 재선거에서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되자 곧바로 사임했다.
곽 전 교육감의 ‘측근’으로 불리는 송 변호사가 과거 민변 교육청년위원장으로 활동하다 교육청 감사관에 임명된 전례는 조 교육감의 후배인 이 내정자가 민변 교육청년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이번 교육청 감사관에 내정된 점과 상당히 유사하다. 이 내정자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 최명복 전 서울시 의원(전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통진당 변호에 참여한 이력이 있는 인물이 감사관으로 내정된 것을 보면 앞으로 진행될 감사에서 정치나 이념적인 부분에 중립성을 갖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이제 앞으로 감사관은 자사고 등 사립학교에 대해서도 행정감사를 진행하고 학교 급식에 대해서도 감사를 해야 하는데, 그의 이력을 통해 볼 때 공정성이 결여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립학교에 대해 교육청이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이 바로 감사”라면서 “어떤 직분보다도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육감과 객관적인 선을 유지할 수 있는 인사가 감사관에 임명돼야 하는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그러면서 “조 교육감이 자신의 정책을 실행시키기 위해 본인에게 유리한 인사를 들여 교육청 내 주요 직책을 준 것이라면 이는 정말 상당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번 감사관 배치를 봤을 때 조 교육감이 2015년에 자신의 정책을 보다 강하게 밀고 나갈 것이라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서울시교육청 "공정한 업무 수행과 사학 정상화 일조 평가 받아" 해명했지만...
한편, 이번 인사와 관련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감사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이나 정치적 성향, 어느 단체에 소속돼 무슨 일을 했는지 등은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서류심사는 법률상으로 정해진 최소 자격요건만 검증하는 것이고 그 외 자료는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11조 ‘감사기구의 장의 자격’에 명시된 특정 경력이 있는 자이면서 같은 법 제15조와 지방공무원법 제31조에 규정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법률적 자격 요건만을 갖추고 있다면 감사관 서류전형을 통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내정자의 경우는 ‘판사, 검사, 변호사 또는 공인회계사로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서 감사관의 자격을 갖췄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그는 “면접에서는 후보자가 감사관으로서의 역량이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예를 들어 전문성이나 리더십, 기획력 등을 판단하는 것”이라며 “면접에서도 정치 성향이나 과거 이력 등은 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교육청 측은 조 교육감의 내정 승인까지 마친 이 내정자가 향후 신원조회 절차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등의 결격사유가 발견될 경우에는 내정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교육청은 감사관 내정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 내정자는 감사관으로서 공정하고 정확한 업무 수행과 사학을 정상화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청렴도를 전국 상위로 향상시키고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을 혁신하며 사학을 정상화해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는 데 힘을 보탤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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