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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없는 기자회견, 박 대통령 '진심' 돋보였다


입력 2015.01.12 11:29 수정 2015.01.12 15:13        조성완 기자/이슬기 기자

청와대-기자단 사전 조율 없이 '날것 그대로'

현장서 직접 질문 받은 박 대통령 그자리서 답변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두 번째 신년 기자회견은 ‘각본 없이’ 진행됐다. 질문내용을 사전에 조율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수군거림이 제기되기도 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번에는 문자 그대로 ‘리얼’인 것이다.

12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전국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20여분간 준비된 연설문을 통해 집권 3년차 국정운영에 대한 구상을 밝힌 뒤 곧바로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질의응답이 사전 조율을 전혀 거치지 않은 ‘진짜’라는 점이다.

기자회견 준비를 담당한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6일 출입기자단 간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대해서는 간단한 요지만 알려줬으면 한다. 경제 분야 등에 대한 질문이 많았으면 한다”고 관례에 따라 요구를 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청와대 출입기자 간사단이 여러차례 회의를 갖고 질문을 준비했지만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일체 청와대 측에 전달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출입기자단은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청와대 측에 ‘질문지’는 커녕 ‘질문 분야’에 대해서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기자회견 전 가진 브리핑에서 ‘질의순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게 아닌가. 간사단에서 협의한 것이다. 나는 모르겠다”며 질의응답 과정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례적인 상황에 박 대통령도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당초 홍보수석실에서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마련하고 있었지만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항명사태가 터진 이후 인적쇄신론이 거세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수석의 사퇴 이후 비서관 등 참모진들에게도 일절 알리지 않은 채 기자회견의 전체적인 구상을 홀로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도 “이번 기자회견은 박 대통령의 역량만 믿게 됐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는 후문이다.

실제 이날 출입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박 대통령이 다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생생한 장면이 여과없이 전파를 타고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일관된 목소리와 톤으로 연설을 진행한 것과 달리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는 목소리가 떨리는 등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준비된 연설문을 읽을 때와는 달리 답변하는 중간에 ‘어’, ‘음’, ‘뭐’ 등의 말을 넣으며 다소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평소 대통령의 공식석상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표현의 사용 등 이례적인 발언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파동’에 연루된 동생 박지만 EG회장 등 향후 친인척 관리를 어떻게 해 나갈지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미에 “바보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다소 직설적인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또 ‘그렇게 하다보니’를 표준어와 사투리를 혼합한 ‘그러카다보니’라고 발언하는 등 출입기자들의 거침없는 질문공세에 평소 잘 드러내지 않던 숨은 면을 국민들에게 보이기도 했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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