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인질극' 경찰 초기 진압 늦어? "모르고 하는 소리"
"범인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협상으로 시간 끌며 인질 구출 전략 세워"
13일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참혹한 인질극과 관련해 경찰의 초기 진압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가운데, 이종화 경찰대학교 교수(위기협상연구센터장)는 “진압작전을 하면 무조건 인질이 산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을 잘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적인 인질사건을 통해 볼 때 경찰의 진압작전이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희생하는 일이 벌어진 경우가 많아 진압작전에는 고도의 신중함을 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당시 사건 현장에서 인질범과 직접 협상을 벌인 이 교수는 14일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전세계적으로 인질사건을 분석해보면 인질사건에서 인질이 희생당하는 시기의 80%가 경찰이 구출작전을 할 때 발생한다”며 경찰이 진압작전을 하지 않았다는 일각의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이 교수는 “저희들에게 가장 큰 원칙은 생존한 사람을 살리는 것”이라며 “현장에 있던 범인이 굉장히 감정적으로 격앙돼있던 상태였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서 감정을 분출시켜 생존해 있는 인질을 구출하는 전략을 세우고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협상의 기본 원칙은 다친 사람이 있는지부터 물어보는 것인데, 생존해 있던 큰 딸이 ‘다친 사람이 없다’고 이야기했는데 ‘죽은 사람은 없느냐’고 물으니 ‘두 명이 죽었다’고 했다”며 경찰청 위기협상팀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범행이 이뤄진 상황을 협상을 통해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미 두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점을 인지하고 협상 도중에도 또 다른 인질의 목숨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특공대를 투입해 진압하기 보다는 협상을 통해 인질범의 자수나 항복을 유도하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구출작전을 한다고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을 희생할 수 있다”며 “감정적인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서 인질은 인질이 아니라 범죄의 단순한 희생자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3일 별거 중이던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40대 남성이 부인의 전 남편의 집에 침입, 의붓 딸 등을 인질로 잡고 5시간여동안 경찰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40대 남성 김모 씨는 결국 출동한 경찰특공대에 의해 검거됐으며, 이번 인질극으로 별거 중인 부인 A 씨의 전 남편 B 씨와 B 씨의 막내 딸이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