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대통령 특급칭찬에 춤추는 은행권?


입력 2015.01.16 19:46 수정 2015.01.16 19:51        이충재 기자

잇따른 '기술금융-핀테크' 언급에 발걸음 바빠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5년 정부업무보고:경제혁신 3개년 계획Ⅱ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럽기도하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특급칭찬’이 은행권에서 화제다. 지난 15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역동적 혁신경제’를 주제로 열린 업무보고에 토론자로 참석한 권선주 기업은행장에게 “창조적인 기업들을 돕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주신 데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많이 힘써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특정 기업인을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권 행장이 기술금융과 핀테크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시도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권 은행장이 기술금융이라든가 핀테크에 앞장서고 계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다른 분들도 이 여성 은행장을 좀 본받으시라”는 발언은 권 행장에 대한 단순한 칭찬을 넘어 은행권에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중 은행 한 관계자는 “부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했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은행권을 겨냥, “세계에서 우리 금융산업 순위가 창피할 정도”라고 지적하며 “이번에 마음을 확 바꾸지 않으면 금융산업은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과 절박함을 갖고 좀 더 적극적으로 뛰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은행권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술금융 강조한 뒤 연이은 대통령의 ‘당부 메시지’에 어떤 식으로든 화답해야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은 그동안 은행의 대출 관행부터 핀테크 관련 사업까지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하라는 주문”이라며 “뭔가를 내놓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서둘러 ‘보여주기식’으로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에서 경기활성화에 사활을 걸면서 은행들도 나서야 하지만, 근본적으로 투자는 금융투자회사나 IB(투자은행)가 주체가 되야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실제 정부의 기술금융 드라이브에 은행권의 기술기업 대출 금액이 11월 말까지 4개월 사이 30배나 뛰었지만, 실적 부풀리기로 치우치면서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기술신용평가기관(TCB) 평가서에 의존한 대출을 하다보니 ‘제2의 모뉴엘 사태’에 무방비인 상태다.

핀테크 활성화 역시 당장은 ‘바늘허리에 실 매어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약속한 투자와 규제 완화 외에도 풀어야할 숙제가 산적하다. 핀테크를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던졌지만, 전문가들은 “핀테크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투자연구소 김종현 연구위원은 “국내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 완화는 필요하나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하거나 금융사고가 발생 가능한 부문에 대한 통제 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액션을 취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술금융이나 핀테크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옥죄기를 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해외 사례와 달리 인터넷서비스가 잘 되어 있는데다 금리혜택을 받기도 어려워 해외 성공사례만 보고 판단하긴 어렵다”며 “무작정 따라갈 것이 아니라 환경의 차이를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