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깬’ 차두리, 은퇴하기엔 너무 압도적인 피지컬
아시안컵서 강철체력-스피드 건재, 완숙해진 기량
거꾸로 가는 신체 시계..못내 아쉬운 은퇴 선언
혼다 케이스케(28)는 일본 축구대표팀에서 피지컬이 가장 좋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좀처럼 밀리는 법이 없던 혼다조차 ‘탱크’ 차두리(35) 앞에선 깡통처럼 찌그러졌다. 둘은 지난 2010년 5월 한국과 일본의 평가전에서 정면충돌했는데, 서로의 어깨가 부딪치자 나동그라진 쪽은 혼다였다.
이처럼 차두리의 피지컬은 압도적이다. 차두리와 충돌하면 부상을 각오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헛말이 아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이영표는 훈련 중 차두리와 부딪쳐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
차두리 피지컬은 ‘2015 아시안컵’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힘과 스피드만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있다. 드리블이 현란하진 않지만, 볼을 앞으로 차 놓고 전력 질주해 크로스를 올린다.
상대 수비진은 차두리 드리블 특성을 알고도 못 막는다.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쿠웨이트,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보여준 차두리 드리블은 별명 그대로 폭주기관차였다.
차두리는 거스 히딩크 감독(68)의 마지막 유산이기도 하다. 2002 월드컵 4강 멤버들 가운데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히딩크는 차두리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극대화한 인물이다.
차두리는 지난 2006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시절 포지션을 공격수에서 윙백으로 변경했다. 유럽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감한 선택이었다.
차두리의 선택은 옳았다. 윙백은 폭주기관차에게 잘 어울리는 자리다. 차두리는 터치라인 끝에서 끝까지 달릴 수 있는 ‘주력’을 갖췄다. 윙백은 마음껏 달리고 싶은 차두리의 ‘본능’을 충족시켜줬다.
차범근이 현역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아들 차두리 시계도 거꾸로 돌아간다. 강철 체력은 변함없고 스피드도 죽지 않았다. 경험과 완숙도까지 더해 무결점 수비수로 거듭나고 있다.
차두리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상태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 발탁되지 못한 아쉬움도 크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그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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