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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삼시세끼 코박는 이유 '리얼멘터리' 꽃 피웠다


입력 2015.01.29 09:41 수정 2015.01.30 11:45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디지털 시대 개방성 가속화될수록 리얼이 대세

융합 혹은 퓨전이라는 말이 이렇게 횡행하는 시대도 없다. 방송프로그램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방송프로그램의 경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다. 교양과 예능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두 장르 간의 융합이 일어나 인포테인먼트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은 너무 빈번하게 지적되어 식상한 지경에 이르렀다. 정확한 분석을 위한 관건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존 장르들이 바뀌고 있는가이다. 무엇보다 그 중심 축에는 리얼리티가 있음을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예능 프로의 각 정체성이 달라지는 것은 리얼리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가에 달려 있다. 요즘 리얼리티와 관련해 변신을 대폭 취해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 디스커션 포맷이다. 예능프로그램에는 운영포맷이 있는데, 예를 들어 토크쇼가 대채로 그려지는 전체 프로그램 포맷이라고 하면, 그 전체 포맷을 어떤식으로 풀어가야할지 정하는 것이 운영 포맷이다.

집단 토크쇼인가, 아니면 대담 토크쇼인가에 따라 프로그램의 전개는 달라진다. 그 하위에는 수단 포맷이 있다. 토크쇼를 집단이나 대담방식으로 할 때에도 토의적인 방향으로 할 것인지 논쟁적으로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비정상회담’이나 ‘썰전’은 토크쇼 포맷을 취하고 있는데, 모두 토의보다는 논쟁 즉 토론 방식을 예능적으로 취하고 있다. 대개 토론은 재미 없는 포맷으로 알려져 있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서 얼마든지 토론 방식이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보여주었다.

토론 프로그램은 대개 시사토론이라는 이름이 붙기 마련이다. 시사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나 현상에 관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 그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자신의 의견이나 해석을 덧붙이는 것이 시사토론 프로그램인 셈이다. 그러나 기존의 시사프로에서 예능 프로에서 다루는 토론 주제들은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주제들을 적극 반영했다.

심지어 연예인들이나 드라마도 놓치지 않았고, 다문화 주제를 고정적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기존의 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다루었던 주제들은 제한되어 있었다. 즉 주로 정치, 경제, 사회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토론의 대상은 이제 시사현안이 아니라 건강과 의학정보, 나가 가족과 부부 문제에도 미치고 있다.

‘비정상회담’은 ‘미녀들의 수다’에서 취했던 포맷과 달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기 주장을 이끌어냈다. 물론 그들이 토대로 삼는 것은 실제 경험이나 사실이다. 이런 요소가 리얼리티를 가질수록 더욱 시청자의 반응을 적극 이끌어낼 수 있다. 해당 국가의 정보와 지식에 바탕을 두고 각 대표들이 자신의 주장을 개진하는 방식은 단순히 토의가 아니라 토론 방식이었다. 이런 형식일수록 다른 프로그램에서 내놓을수 없는 콘텐트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썰전’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주제만이 아니라 대중문화적인 아이템도 적극 반영해냈다. 인터넷 포털 시스템에서는 가십성 기사나 단편적인 정보들이 횡행 혹은 범람하는 상황다. 성찰적인 접근이 불가능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논쟁을 통해 핵심을 드러내고, 정확한 분석과 이에 따른 바람직한 판단을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연예인들이 출연해 자신의 일상이나 경험을 신변잡기를 늘어놓기 식으로 풀어놓는 토크쇼와 차별화 되었다.

인기리에 방영중인 tvn 예능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 동영상 화면 캡처.

2014년 SBS ‘힐링캠프’가 고전을 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연예인들이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홍보하는 방식은 더 이상 시청자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미 ‘무릎팍 도사’나 ‘놀러와’는 폐지된 지 오래이며, 버티고 있는 ‘라디오 스타’는 그나마 독설로 논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해피투게더’가 버티고 있는 것은 어쩌면 유재석이라는 걸출한 진행자가 오랜 구력으로 버텨내고 있는 것이다.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가 몇 년동안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도 시청자들의 실제 스토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만약, 리얼스토리가 아니었다면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아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황금알’이나 ‘마녀사냥’, ‘용감한 기자들’은 사실 즉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황금알’의 경우, 집단 토크쇼의 게스트들을 각 계 각층의 전문가들로 구성했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전문 지식을 시청자들에게 전달 주입하는 역할을 했다. 시청자들은 그들의 말을 받아적어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일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그런 수동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지식과 정보는 많아졌고, 그 정보와 지식들이 과연 맞는 것인지 혼란스러운 시대가 되었다. 지식의 군림 시대는 끝이 난 것이다. 오로지 전문가들은 자신의 가진 지식과 경험이 사실이라고 주장할뿐이다. 사실과 경험의 리얼리티를 강조한다. 거꾸로 비사실성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것에 집단 토크쇼의 웃음 포인트가 있기도 하다.

‘마녀사냥’에도 예능인만이 아니라 다양한 게스트들이 참여하며 자신들의 실제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들은 언제나 논박을 당할수 있으며, 진행자는 논박을 적극 유도해서 진위여부를 가리려 한다. 실제적인 리얼리티가 강할수록 시청자들의 호응은 더 커지기 마련이다. 이 프로그램에도 시청자들의 실제 사례와 의견이 적극 반영되기는 마찬가지다. ‘용감한 기자들’이나 ’아궁이’에서 기자들이 연예계를 논파하는 것도 사실에 바탕을 둔 그들의 주장과 분석 때문이다.

지상파에서 주중 예능으로 선전하고 있는 ‘자기야’나 ‘정글의 법칙’, ‘나혼자 산다’가 버틸 수 있는 것은 모두 리얼리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관찰방식도 본래 다큐멘터리에서 왔다고 할 때, 이런 예능의 리얼리티는 주로 ‘리얼멘터리’에 가깝다. 리얼멘터리는 무슨 뜻을 함의하는가?

리얼멘터리는 기존 다큐처럼 사실을 기록하는 것과 달리 리얼함 그 자체를 기록하고자 하는 것이다. 팩트는 리얼한 웃음을 위해 재기록 즉 재편집된다. 주말 예능들은 모두 이런 리얼멘터리에 해당한다. ‘1박 2일’, ‘슈퍼맨이 돌아왔다’, ‘진짜 사나이’ 등은 모두 특정 공간 안에서 참여자들이 리얼멘터리를 담아내는 것이다. 그것이 야외공간이나 지역, 실내 육아 공간인지, 아니면 군대인지에 따라 리얼리티 양상이 좀 달라질 뿐이다.

‘삼시 세끼’의 경우에는 예능과 다큐멘터리의 결합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정 공간 안에서 인물들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들의 행위에 과도한 액션이나 설정이 없음에도 주목을 받는 것은 그 자체가 리얼리티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얼멘터리의 전형적인 사례가 되었다. 인위적으로 자연스러움을 강조하지도 않고, 다른 예능처럼 인물행위들을 통해 시청자의 반응을 작위적으로 이끌어내지 않으면서 스스로 시청자들이 느끼고 판단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위적인 반응 유도설정이 없을수록 시청자들은 거꾸로 이런 방송 프로그램에 빠져드는 것은 리얼리티가 지난 진실성이 담보되었기 때문이다. ‘꽃보다’ 시리즈는 이런 여행리얼멘터리의 본격 프로그램이었고, ‘삼시세끼’는 전원 체험 리얼멘터리 프로그램인 셈이다.

우리가 우선 주목해야할 것은 전반적으로 예능프로그램들이 리얼리티를 매우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얼리티를 어떤 구체적인 수단으로 확보하고 있는가에 따라 프로그램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을 뿐이다. 경계간 파괴든 융합이든 말이다. 공공의 주제에 관해 실제 사례와 경험을 토대로 구성하며, 토론방식으로 포맷을 삼거나 관찰예능, 아니면 리얼멘터리 방식으로 라얼리티를 취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의 신변잡기에 바탕을 둔 예능은 확실히 퇴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다.

이러한 실패는 이효리를 앞세운 ‘매직 아이’의 실패에서 여실이 드러났다. 오히려 ‘매직아이’로 인해 폐지된 소방구조대원들의 리얼멘터리를 다룬 ‘심장이 뛴다’가 명분과 실제에서 더 나았다. 예능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리얼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그 리얼들은 시청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그 경쟁을 통해 증명해야 하는 것은 진실성이다. 그 진실성이 충만할수록 시청자의 지지는 오래 지속된다. 이는 다매체와 디지털 시대의 개방성이 가속화될수록 증대될 수밖에 없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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