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도핑 파문’ 설레발이 빚은 인권모독
소속사 측에서 먼저 보도자료 내며 언론 공개
청문회 결과 나올 때까지 속단하지 말아야
‘마린 보이’ 박태환(26)의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과 관련, 사태의 흐름이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박태환은 지난해 9월 3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도핑테스트를 받았고, 약 2주 뒤 받아든 결과는 충격적이게도 양성판정이었다. 앞서 7월말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뒤 서울의 한 클리닉을 찾아 남성호르몬제가 함유된 '네비도'를 투여 받은 것이 문제였다.
약 5달 동안 비밀에 부쳐졌던 사실이 세상에 공개된 과정은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난 20일, 박태환 측은 해당 병원을 ‘상해’ 또는 ‘업무상 과실치상’을 이유로 고소했다. 그리고 6일 후 소속사인 팀GMP는 해명 보도 자료를 발표했다.
FINA의 반도핑 관련 규정(14조1항5호)에 따르면 해당 선수에 대한 공식발표가 있기 전까지 모든 사안은 철저한 비밀 유지가 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먼저 사실이 알려진다면 연맹 측의 징계 회부, 즉 청문회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할 선수의 인권도 침해되기 때문이다.
현재 박태환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우려대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소식을 접한 언론사들이 각자의 취재원과 관계자들을 총동원해 앞 다퉈 ‘단독 보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약물 ‘네비도’에 대한 효능은 물론 약물로 얼룩진 스포츠 스타들, 지인들 또는 의료계 전문가들의 인터뷰, 그리고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FINA의 징계 사례들이 속속 보도되고 있다. 이러니 박태환을 믿는 팬들조차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시선을 보낼 정도다.
이는 한 선수의 인권이 완전히 말살되는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의성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찰의 수사는 빠르게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 진행 단계이며, 가장 중요한 FINA의 청문회는 한 달이나 남은 상황이다. 박태환이 고의로 약물을 투여했다고 볼 근거는 지금까지 그 어디에도 없다.
비밀에 부쳐야 할 상자를 본의 아니게 연 박태환의 소속사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일명 ‘박태환 약물 파동’의 시작은 소속사 측이 병원을 고소하면서부터다. 공식적으로 고소장이 접수된 이상 박태환과 같은 거물급 스타의 소식을 그냥 지나칠 취재진은 아무도 없다. 급기야 소속사가 보도자료를 내며 일이 커지고 말았다.
언론에 공개되면서까지 고소와 해명에 나선 이유는 뚜렷하다. 다음 달 27일 열릴 청문회에서 무죄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약물 투여의 고의성 여부는 앞으로의 선수 생활뿐만 아니라 박태환 개인의 명예에도 중요한 사항이다. 청문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속단을 금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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