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주도’하겠다는 김무성-유승민, 시작부터 ‘강공’
김무성 "당 주도 당정청회의 수시 열 것" 유승민 "박근혜정부 기조바꿔야"
당내 비주류에 속하는 김무성-유승민 라인이 새누리당을 장악하며 한동안 잠잠하던 당청 관계가 긴장모드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당·정·청간의 소통 강화를 내세우며 국정 주도에 나섰다.
3일 김무성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2년 동안 고위 당·정·청 회의가 두 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며 “앞으로 당이 주도해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수시로 열어 국정 현안을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풀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당이 든든한 (박근혜정부의) 지원군이 되어 대통령의 어려움을 돕겠다”라며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 간 정례회동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고, 국정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최근 정부가 내놓은 연말정산, 주민세·자동차세 인상안, 건강보험료 개편안 등의 정책 혼선을 두고 “충분한 고민 없이 정책을 쏟아내고 조변석개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정면으로 지적했고, 국무위원들을 향해 “나라와 국민에 대한 충성심과 함께 고도의 행정능력을 갖춰야 하며 위기의 종이 울리는 데 앞장서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질타했다.
지난해 말 상하이발 개헌 발언 파동 이후 한동안 청와대를 향한 쓴소리를 자제하며 보조를 맞춰오던 김 대표의 행보로 볼 때 이 같은 발언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또 원활한 국정 운영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아 이제껏 청와대 중심이었던 국정이 당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맞물린 비박계 중심의 당 지도부 개편에 유 원내대표와 함께 당청 관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한 시도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 원내대표도 당선 이튿날부터 청와대를 향한 강한 발언을 쏟아내며 기선제압에 나섰다. 임기 동안 결코 청와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정책, 인사, 국민과의 소통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국민 불신과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며 “기존의 당과 청와대, 당과 정부의 관계에 일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지 않다”며 “복지를 더 할 것인지 동결 내지 축소할지에 대해 여야가 정략적으로 싸우지 말고 국민들에게 설명을 드리며 정책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우는 현 정부의 기조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까지 했듯이 당이 그냥 청와대에 끌려가는 것보다 당이 정책 중심,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어서 청와대와 정부가 하려는 일들에 대해서 충분히 의견을 제시하고 그리고 나서 국민들께 정책을 내놓는 그런 새로운 절차가 필요하다”며 국정운영의 중심은 당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유 의원은 이날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증세와 복지 논란과 관련, 정당 간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뜻을 모았다.
유 원내대표 취임 이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심 원내대표는 “각 당이 복지 전망을 내놓고 정당 간 대토론회를 하는 데 원내대표들이 주도했으면 한다”라는 의사를 밝혔고, 이에 유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원내대표가 주도해 대토론회를 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나가고 하는 노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답변하겠다”라고 화답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어 “복지라는 게 정말 쉽지 않은 문제다. 세금도 올리기 정말 힘든 문제”라며 “김 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근혜정부도 그 기조를 바꿔야 한다”라고 정부를 향해 칼을 뽑았다.
김무성-유승민 조의 이같은 강공이 계속된다면 당내 비주류에 속하던 비박계 의원들의 세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자연히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집권 3년차에 들어선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취임 이후 큰 긴장 관계 없이 흘러온 당청관계가 총선을 1년여 앞둔 시점에서 어떠한 중대 변화를 맞이할 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청와대와 여당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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