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인준' 긴박했던 여의도, 충돌은 피했지만...
16일 연기 의사일정만 합의, 이완구 임명동의안 표결엔 '동상이몽'
의장 긴급 회동 → 의총 → 본회의 → 의총 → 합의, 숨 가쁜 하루
여야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표결하기 위한 국회 본회의를 오는 16일로 연기하기로 12일 합의했다. 당초 이날로 예정된 본회의를 주말 이후로 넘긴 것은 여야 모두 악수(惡手)를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임명동의안 표결을 반대해 온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여당의 단독처리를 막는 것과 동시에 대책을 세울 시간을 벌었다. 새누리당은 한발짝 양보하면서 16일에도 야당이 반대할 경우 ‘발목잡기’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얻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후 긴급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이 어떻게든 여야간 합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며 “의장이 사회를 안보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어 “16일 의원총회가 끝나고 나면 오늘 의사일정 그대로 그날 오후 2시에 (본회의를) 할 것"이라며 “그 때 가서는 의장이 사회를 안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에서 제안한 16일에 대해 최고위원들의 반응은 어땠는가’라는 질문에 “최고위에서는 일단 동의를 받았다”며 사실상 야당의 제안을 받아들였음을 시사했다.
다만 여야는 본회의 일정을 16일로 순연한다는 의사일정에만 합의했을 뿐,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표결에 부칠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를 두고 여야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본회의를 16일로 순연한다는 의사일정에만 합의한 것이다. (이 후보자의 임명에) 반대 입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의장이 ‘오늘, 내일은 어려우니 오는 16일, 17일이 어떻겠는가’라고 제안했다”면서 “새정치연합도 ‘오늘 본회의를 16일로 연기하자. 여론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여야 합의결과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합의의 핵심은 당초 잡혔던 이완구 총리후보자 임명동의안과 국회 운영위원장 보궐선거, 그리고 법사위에서 부의된 법안 11건 등 모두 13건을 16일 본회의에 그대로 다시 올린다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어 “의장이 ‘그날 여야가 다 본회의에 참석해서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수차례 했고, ‘만약 어느 한 당이 출석 못하게 되는 경우에도 이 안건은 그대로 상정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말했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미완의 합의로 인해 갈등의 불씨를 남겨두면서 나흘 앞으로 다가온 본회의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장 긴급 회동 → 의원총회 → 본회의 → 의원총회 → 합의, 숨 가쁜 하루
한편, 여야는 ‘16일까지 본회의 의사일정 순연’이라는 허탈한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하루 종일 긴박한 일정을 진행해왔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당초 이날 오전 9시 각각 당내 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지만 새정치연합의 회의를 주관할 우윤근 원내대표는 당 회의장 대신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유승민 원내대표도 자연스레 의장실을 방문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간 긴급회동이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여야 합의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본회의 사회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최악의 경우 단독처리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비쳤던 새누리당에게 제동을 건 것이다. 다만 회동 직후 “여야가 합의한 의사일정에 따라 오늘 본회의를 개회한다”고 선언하면서 여야의 행보를 바쁘게 했다.
새누리당은 즉각 예정된 시각인 오전 10시에 의원총회를 갖고 논의에 들어갔다. 새정치연합도 잠시 미뤄뒀던 정책조정회의를 가진 뒤 바로 의원총회를 통해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처리 여부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했다.
‘점심식사 시간’을 맞아 잠시 조용했던 분위기는 새누리당의 국회 인사청문특위 단독 개최를 기점으로 다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당초 오전 10시 시작할 예정이었던 인사청문특위는 야당 청문위원들의 불참으로 계속 지연됐고, 결국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새누리당 청문위원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한선교 인사청문위원장이 오후 1시 52분께 “야당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이 국무총리 청문보고서를 채택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아쉽다”며 개회를 선언하려하자 야당 청문위원들이 갑작스레 회의장으로 입장했다.
진성준 새정치연합 의원은 “합의가 안됐다는데 이렇게 시작하면 어떻게 하는가.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것 아닌가”라고 항의했지만 한 위원장은 “국회법에 의해서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며 여당 간사인 정문헌 의원에게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야당 의원의 반발로 여야 청문위원들이 고성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정 의원은 보고서를 읽어내려갔고, 이후 한 위원장은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그 순간 야당 청문위원들은 불만을 토로하며 회의실을 떠났다.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됨에 따라 여야는 각각 다시 의원총회를 소집하고 논의에 들어갔다. 이후 새누리당은 개의 예정시각인 오후 2시에 맞춰 본회의장에 입장했지만, 새정치연합은 의원총회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숙고에 들어갔다.
2시간여의 지루한 시간이 지나자 새정치연합은 ‘16일로 본회의를 연기하자’고 제안을 했고, 새누리당이 긴급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의 숨 가쁜 행보도 일단락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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