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제2롯데월드, 투견이 아닌 감시견으로 바라봐야...
[기자의 눈]지금은 균형있는 견제와 감시가 필요할 때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환경감시기능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들을 신속하게 보도하고, 거대 권력이나 부당한 행정에 대해 감시하는 임무를 말한다. 이같은 특징으로 언론을 워치독(watch dog, 감시견)이라 하는데, 자칫 이를 왜곡해 파이팅독(fighting dog, 투견)이 되는 오류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되돌아봐야 한다.
최근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하다. 작은 틈만 보이면 이를 건물 전체 안전으로 비약해 물고 뜯는게 혹 ‘투견’이 아닌지 의문이다. 물론 우리는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의 학습효과가 있는 만큼, 안전을 강조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옳다. 하지만 현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쏟아내는 막무가내식 비판은 건전한 판단마저도 희석시키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해 발생한 사회적 손실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애초에 이 같은 문제는 롯데 측의 미흡한 대응 탓이 컸다. 지난해 10월 조기개장 이후 바닥 및 천장 균열 등이 최초 발견됐을 때 ‘연출을 위한 의도적인 균열’이었다는 세 살 배기도 웃을 정도의 유치한 해명으로 불신을 키웠다. 이어 아쿠아리움 누수 현상이 발생했을 때도 취재진을 막는 등 문제가 터질때마다 이를 적극 공개하고 불안감을 해소하는 대신 방문객 감소로 이어질까 감추는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작 사실에 접근해 보면, 바닥 균열이나 수족관 누수는 구조적 결함이 아니었다. 실제 서울시와 전문가들의 점검 결과 건물 구조적인 안전과는 무관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콘크리트는 재료의 특성상 건조 과정에서 수분 증발 및 온도차로 균열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수족관도 설치 과정에서 누수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시범 사용을 거쳐 물이 새는 곳을 완전히 잡고 개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롯데는 시설물 보수를 끝마친 다음 개장했어야 했는데 성급하게 추진하면서 이 과정을 그대로 노출했고, 미흡한 해명으로 불안감만 키운 셈이다.
최근 발생한 ‘의류매장 진동’ 사건은 시민들의 불안감이 얼마나 커졌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실상은 송풍기 작동으로 인한 바닥진동으로 밝혀졌지만 ‘건물이 흔들린다’, ‘부실시공이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목숨이 하나라면 절대 가지말라’는 등의 위기감만 확대됐다. 이에 이를 해프닝으로 여기던 한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 인상에 남는다. “부엌 싱크대 안에 세탁기를 설치했는데, 고정이 잘 안돼서 싱크대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아파트가 무너진다고 여긴 것이다.”
롯데는 뒤늦게라도 이같은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안전관리위원회를 발족해 언론과 시민에게 열린 소통을 하겠다고 나섰다. 24시간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건물 안전에 조금의 문제점이라도 있다면 무엇이든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초고층 프로젝트 공사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공기술발표회도 매달 열기로 했다.
롯데가 투명성을 공언한 만큼, 여느 때보다 균형 있고 예리한 감시의 눈이 필요할 때다. 균형을 잃을 경우, 안전만을 강조하다 오히려 사회적 불안감 조성이라는 더 큰 짐을 지울 수도 있다. 무엇보다 기자가 바라본 시각과 이슈를 대중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견제가 중요하다. 그게 여론의 장단에 맞춰 물어뜯기에 심취한 투견이 아닌 건전한 상식을 지키는 워치독의 표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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