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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싸우는 새누리당, 이명박과 싸우는 새정치연


입력 2015.03.07 10:01 수정 2015.03.07 10:06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일만 터지면 전 정부 들먹이며 공방

여론 비판 받는 지점은 철저 외면 "언제까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각각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정을 공격하며 반사이익 취하기에 한창이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하면 당정소통이고 박근혜 대통령이 하면 여당장악인가?”
“지난해 11조 규모의 세수결손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때문이다.”

참여정부 또는 MB정부 당시 나온 말이 아니다. 각각 지난 3일 권은희 새누리당 대변인의 국회 정론관 브리핑, 지난달 27일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의 언론 인터뷰 발언이다.

최근 여야가 전 정권을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문제는 전 정권을 지난 역사에 대한 평가 대상이 아닌, 공격을 위한 공격 대상으로 전락시킨다는 데 있다. 자당에 불리한 현안이 터질 때마다 새누리당은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새정치연합은 퇴임한지 3년이 지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들먹이며 탈출구 찾기에 매진하는 것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신임 대통령 정무특보 인사 문제와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의 이력 논란이 일자 노무현 정권을 끌어들였다.

권은희 대변인은 2일 국회 정론관 브리핑에서 “참여정부 시절 현역의원 신분으로 대통령 정무특보로 활동했던 이해찬 의원은 당시 왜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았는가”라며 “2006년 10월 27일 노무현 대통령은 이해찬, 문재인, 오영교, 조영택 등 4명을 정무특보로 임명했다. 당시 이 의원은 현역의원 신분이었고, 문 대표 역시 같은 날 정무특보로 임명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후보자가 ‘고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에 대한 은폐·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을 두고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운운했다.

박대출 대변인은 지난 23일 “박 후보자는 문재인 대표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시절 홍조근정훈장까지 받았고, 2005년에는 우수검사로 평가돼 검사장 승진까지 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당시 수사팀에 대해 책임을 묻기는커녕 오히려 공로를 인정해주기까지 했다”며 박 후보자를 두둔했다.

인사에 대해 국민적 의혹과 비판 여론이 쏟아지는 지점은 철저히 외면한 채, 전 정권의 행적을 끌어들여 합리화·정당화하는 수법을 취한 것이다.

여기에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혈세 낭비’라는 지적을 받으며 국정조사까지 돌입한 이명박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에도 책임 떠넘기기를 적극 활용했다.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1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해외자원개발 정책은 기본적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된 정책이고, MB정부가 노무현 정부에서 수립된 정책 중에 유일하게 계승 발전시킨 것”이라며 “주요 계획과 방법에 대해선 노무현 정부에서 다 수립됐고 MB정부는 그것을 철저하게 이행한 것이 자원외교”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도 지난 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반사이익을 챙기기는 마찬가지다. 자체적 이슈를 발굴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국정원 언론공작’ 폭로와 동시에 ‘이명박 심판론’을 내세우며 연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음모를 밝혀내겠다”면서 날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일명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 비리에 대한 국정조사를 당 전면에 내거는가 하면, 법인세 인하 역시 거의 모든 공식 회의에서 매번 문제를 삼는 등 건건이 이 전 대통령의 실정을 활용해 정국을 주도해왔다.

‘안철수의 멘토’였고 이명박 정권 탄생과 박근혜 대통령 보필에도 힘을 보탰던 책사 윤여준 교수는 지난해 정치권에 등을 돌리며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대해 학계의 말을 인용, ‘적대적 공생관계’로 규정한 바 있다.

288석의 거대 양당이 전직 대통령을 공격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데서 벗어나지 않는 한, 스스로 만든 ‘반쪽짜리 정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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