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배치 목소리 높아지는데 청와대 언제까지 '모호'
여당내에서도 "논의하자" 솔솔…정부는 '신중론'
전문가들 "국가 안보 달려…양자택일 문제 아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여당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우리 정부가 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사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여당, 사드 배치 공론화 박차...야당은 신중론 펼쳐
새누리당은 최근 마크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으로 한미동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을 틈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공론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사드 한반도 배치에 찬성하는 당내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지난해 대정부 질문에서 집중 거론한데 이어 이제 원내대표로서 당내 의견을 집약해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즉 이달 말에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정책의총에서 영유아 보육법이나 공무원연금 개혁문제와 함께 치열한 당내토론을 거쳐 의견을 모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의 이날 사드발언은 원유철 정책위의장의 전날 간담회 발언과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방송출연 발언에 이어 나온 것이다.
반면 야당은 리퍼트 미국대사의 피습 사건을 계기로 사드 문제를 들고 나오는 여당의 모습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사드 배치 문제는 신중하게 고민하고 논의해야할 문제라는 것이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일각에서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사드를 도입해 한미동맹을 강화하자고 하는데 피습과 사드의 연계는 정치적 남용"이라고 반발했다.
정부 당국은 신중론...미국은 물론 중국 관계 고려 안할 수 없어
청와대는 물론이고 우리 정부는 현재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에 취하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아직까지도 미 국방부, 미국 정부가 사드미사일을 한반도 주한미군에 배치하겠다고 하는 결정을 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당과는 다소 거리감 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사드 배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미관계를 고려할 때도 사드 배치를 쉽게 거부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일부 미국 인터넷 매체들이 '중국이 한국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거부하는 대가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이 한국의 사드 배치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적 수단을 통해 한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현재 우리 정부가 사드를 우리 예산으로 배치할 계획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이 자체 예산으로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한다고 밝힐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달을 수 있다는 평가다.
이런 우리 정부의 고민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최근 발언에서도 파악할 수 있다. 한 장관은 지난달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현재 상황에서는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모호한 대답이라는 평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사드 배치 문제가 국가의 100년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이나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해야한다고 평가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1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가의 장기적인 안전보장에 관한 것은 신중하게 접근을 해야 된다.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며 "양쪽의 반발을 최소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고민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특히 "위협이 있으니깐 무기를 도입할텐데 우리의 위협은 북한인지 중국인지 실제로 어떠한 능력이 있고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며 "여유를 가지고 수면 아래에서 할 수 있는 것과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다를 것이다. 논의를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전략적 모호성'과 같은 어정쩡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만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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