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스피드업 규정 "발 빼는 게 문제 아니고.."
경기시간 단축 대다수 공감..도입된 규정에는 불만 토로
필요성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대안과 개선책 찾아야
올 시즌 새롭게 도입된 '스피드업' 강화 규정을 놓고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 경기 평균 소요시간은 역대 최고수준인 3시간 27분에 이르렀다. 2014시즌 메이저리그는 평균 3시간 8분, 일본프로야구가 3시간 17분을 기록한 것과 비교할 때 긴 시간이다. 경기 시간이 늘어지면 팬들도 지루해하고 선수들도 집중력이 그만큼 떨어진다.
스피드업 필요성에는 현장에서도 많은 이들이 비교적 공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KBO는 올 시즌 경기시간을 최소한 10분 이상 단축하기 위해 스피드업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가장 큰 변화는 '타자는 타석에 들어선 순간부터 최소 한 발은 타석 안에 두어야 하며 위반 시 투구 없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한다'는 것이다. KBO는 올해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 걸쳐 이 룰을 적용하면서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
막상 달라진 스피드업 규정을 체험한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경고도 주지 않고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주다보니 중요한 상황에서 흐름에 미치는 영향이 지나치게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풀카운트나 2사 만루 같은 승부처에서 무심결에 타석을 벗어났다가 스피드업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허무하게 물러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시범경기 개막 이후 이틀 만에 여기저기서 스피드업 때문에 울고 웃는 해프닝이 발생했다. 한화 김경언-LG 이진영이 타석에서 이탈했다는 이유로 자동 스트라이크 판정, 삼진 아웃을 당하기도 했다.
타자와 투수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시간 대부분이 타자와 투수의 수싸움으로 이루어지는 야구에서 스피드업 규정으로 인한 스트라이크 헌납은 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선수들은 타석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통해 투수와의 수싸움이나 다음 플레이를 정리할 시간을 가지기 마련인데 스피드업 규정에 얽매이다보니 오히려 선수들의 개성이나 창의성을 억압할 소지가 있다.
선수들도 아직 이 규정이 생소하지만 룰을 적용하는 심판들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상황에서 심판이 어떤 경우에는 스피드업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어떤 경우에는 타자가 여러 번 타석을 벗어났음에도 넘어간 경우도 있었다.
융통성 없는 스피드업이 야구 본연의 재미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생각할 부분이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스피드업 규정위반으로 타자의 삼진 아웃이 결정될 경우 지켜보는 팬들도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투구 기록 없이 삼진 아웃'을 받는 상황이 나온다면 야구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기록 집계에도 혼선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 새로운 규정에 대한 적응기임을 감안했을 때, 현장 일부에서 제기하는 불평불만이 지나치는 지적도 있다. 아무래도 어떤 종목이든 새로운 규정이 도입되면 처음엔 모든 이들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KBO도 시범경기를 거치며 장단점을 확인하고 스피드업 규정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현대야구에서 스피드업의 필요성은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불만이나 반대보다는 흐름에 맞는 유연한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 스피드업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도입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적인 스트라이크를 주는 것보다 먼저 경고를 준다거나 그 기준도 타석에서 두 발이 나가느냐 안나가느냐만 따질게 게 아니라, 투수가 투구 준비 동작을 하는 과정인지 아닌지 따져야할 필요가 있다. 경기시간과 관련 있는 상황에서의 스피드업 규정인지 분명히 해야 불만의 목소리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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