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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 퇴장에도 수비…무리뉴 축구의 한계?


입력 2015.03.12 08:03 수정 2015.03.13 08:53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유리한 요소 가득했음에도 줄곧 수비 전술 고집

실리축구의 한계? 최근 문제점 고스란히 드러나

연장 후반 막판 티아구 실바의 헤딩골은 첼시의 탈락을 의미했다. ⓒ 게티이미지

2차전 홈경기, 1차전 원정골, 경기 초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퇴장. 승리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갖췄던 첼시가 8강행 티켓을 스스로 걷어차버리고 말았다.

조제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는 12일(한국시각),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열린 ‘2014-15 UEFA 챔피언스리그’ 파리생제르망(이하 PSG)과의 16강 홈 2차전서 2-2 비겼다.

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2차전 2골을 기록한 PSG가 8강에 오르게 됐다. PSG는 지난 시즌 첼시에 패한 설욕을 갚음과 동시에 3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의 쾌거를 달성했다.

이날 경기는 무리뉴 감독이 그동안 유지해온 축구철학의 치명적 약점이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다.

지난 1차전에서 원정골을 넣으며 1-1 무승부로 마쳤던 첼시는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안방에서 치러질 2차전에서 실점만 하지 않는다면 16강 승자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첼시는 전반 끝날 무렵, 수적 우위마저 가져올 수 있었다. 전반 30분, PSG의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오스카와의 볼 경합과정에서 두 발 태클을 시도했고 주심으로부터 곧바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태클 당시 스터드를 들지 않았기 때문에 무리한 판정이라는 지적이 높았지만 이브라히모비치는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이는 첼시에 천재일우의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시작부터 걸어 잠그기 전술로 임했던 첼시였기에 상대 팀 선수 1명의 퇴장은 그만큼 치명적일 수 있었다. 게다가 퇴장 당사자는 PSG의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 이브라히모비치였다.

그러나 첼시의 전술은 바뀌지 않았다. 포백 수비라인은 여전히 깊숙한 자리에 내려가 있었고 중원 미드필더들 역시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점유율 중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몸싸움에 능한 디에고 코스타가 최전방에서 기회를 엿봤지만 홀로 브라질 센터백 듀오 다비드 루이즈-티아구 실바를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 한 번의 기회는 선취골이었다. 첼시는 후반 종료 9분을 남겨두고 박스 안쪽에서 슈팅 기회를 얻은 게리 케이힐의 강력한 슛으로 앞서나갔다. 지켜도 되는 마당에 골까지 넣었으니 첼시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문제는 세트피스였다. PSG는 선취골을 내준 뒤 곧바로 얻은 코너킥 기회서 이적생 다비드 루이즈가 헤딩으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첼시는 최근 들어 세트피스 또는 측면 크로스에서 약점을 보이고 있는데 수비수들의 집중력 결여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이는 연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첼시는 연장 전반 에덴 아자르의 페널티킥 골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다시 연장 후반 종료 직전, 티아구 실바의 헤딩슛이 첼시 골망을 갈랐다. 앞선 동점골과 똑같은 세트피스 상황이었다.

결국 첼시는 이브라히모비치가 퇴장 당했을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한 게 통한의 한으로 남게 됐다. 그럼에도 무리뉴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사실 무리뉴 감독의 이 같은 철학은 그리 낯선 장면이 아니다. 축구는 여느 구기 종목과 마찬가지로 득점을 해야 승리하는 스포츠이지만 때론 골이 필요 없는 경우도 있다. 바로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홈&어웨이 토너먼트라면 더욱 그렇다.

특히 축구는 득점보다 실점을 막는 게 체력 소모도 덜하고 훨씬 손쉬울 수 있다. 실제로 무리뉴 감독은 그동안 이끌던 팀에서 ‘1차전 원정골-2차전 수비’로 큰 재미를 봐왔다. 결국 무리뉴 감독은 철저하게 실리 축구를 펼친 셈이었다.

하지만 골을 향한 PSG의 집념까지는 막지 못했다. 여기에 최근 자신들의 약점인 제공권 장악에서 마저 문제점을 드러내며 2골이나 얻어맞고 말았다. 무리뉴 감독의 수비 축구가 양날의 검이 된 셈이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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