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안철수도 못 했던 '소통' 문재인은 가능했다?
박 대통령과 회동서 처음으로 '정례화' 논의
여야 대표 합의 시 대통령 수용키로
살얼음판을 걷던 청야(靑野)관계가 지난 17일 청와대 회동을 계기로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3자회동 형식으로 만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지만, 김한길 전 대표가 나섰던 첫 회동은 청와대와 야당간 관계만 악화시킨 채 아무런 성과 없이 마무리됐었다.
이번 회동에서도 역시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제외한 현안에 있어서는 이렇다 할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았다. 다만 여야는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회동에서 김 대표는 앞으로 필요할 경우 문 대표와 합의해 이번과 같은 회동을 요청하면 대통령이 응해줄 것을 제안했고, 문 대표는 향후 의제를 좁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정례적으로 대화하는 기회를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그렇게 하겠다고, 회동에 응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김 대표는 18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어제 있었던 대통령과 양당 대표간 3자회동은 국정에 대해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상호이해 폭을 넓히는 대화가 시작됐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 회동이 갈등을 해소하고 국정수행에 한층 힘을 받을 추진동력을 얻을 기회로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앞으로 여야 대표가 요청하면 만나겠다고 했고, 정례적 회동에도 동의했으니 지속적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면서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자주 만나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취임 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 만남은 지도부 단체회동을 비롯해 모두 네 차례에 이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두 차례 회동이 무산됐고, 성사됐던 회동도 대부분 일회성으로 끝났다.
먼저 박 대통령과 가장 많이 만났던 야당 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이다.
문 의원은 2013년 3월 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담화문 발표 등에 반발해 “밥이나 먹고 사진 찍는 자리에는 가지 않겠다”며 박 대통령의 ‘정부조직법 회동’ 제의를 거부했으나, 같은 해 4월 12일 야당 지도부 회동과 2014년 10월 29일 여야 지도부 회동에 참석해 각종 현안을 놓고 박 대통령과 의견을 교환했다.
다만 첫 회동은 성격이 상견례에 가까웠으며, 두 번째 회동은 세월호 특별법과 2015년도 정부 예산안 등 특정 현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반면, 1년 3개월여간 새정치연합을 이끌었던 김한길 의원은 임기 내내 박 대통령과 단 한 차례의 회동만 가졌다. 그나마도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대통령 사과, 채동욱 전 검찰총장 감찰과 관련한 법무부 장관 문책 등 김 의원의 요구를 박 대통령이 모두 거부하면서 청와대와 야당간 관계는 더 악화했다.
여기에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2014년 4월 4일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박 대통령의 확답을 듣기 위해 청와대를 찾아갔으나, 사흘 뒤 박준우 당시 정무수석비서관은 거부 의사를 밝히고 돌아갔다. 안 의원은 전직 대표·원내대표 중 유일하게 현 정부 출범 후 단 한 차례도 박 대통령을 만나지 못 했다.
이번 회동에 정치권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처럼 경직됐던 종전 청야관계 때문이다. 사실상 야당의 공세 수단이었던 과거 회동과 달리 이번 회동에서는 처음으로 회동 정례화가 논의됐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17일 회동 후 국회에 복귀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자주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면 그 자체로 전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당 관계자는 18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과거 회동과 비교하면) 이번 회동에선 좀 더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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