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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용사들’ KIA 리빌딩 달렸다


입력 2015.03.21 08:34 수정 2015.03.21 11:01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양현종 잔류-윤석민 복귀에도 여전히 어두운 전망

스타급 선수들, 과거 영광 아닌 제자리 지키기 기대

KIA가 리빌딩에 성공하기 위해선 서재응(왼쪽부터), 김병현, 최희섭 등 고참 선수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 KIA 타이거즈

KIA 타이거즈는 올 시즌 전력상 하위권으로 분류된다.

2시즌 연속 8위의 수모를 겪으며 수장이 선동열 감독에서 김기태 감독으로 바뀌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올 시즌 미국 진출이 좌절된 양현종이 잔류했고, 윤석민도 FA 4년간 90억이라는 대박 계약을 맺고 1년 만에 돌아왔다. 하지만 여전히 KIA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물음표가 더 많이 달린 게 사실이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KIA는 시즌 개막 전마다 우승후보 내지는 최소한 4강 이상의 전력으로 꼽혔다. 자타공인 국내 최강의 선발진에 타선에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불펜과 백업 선수층이 약하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베스트 멤버만 놓고 보면 어떤 팀에도 뒤지지 않는 무게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KIA가 연이어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평가는 싸늘해졌다. KIA의 전력이 겉으로 보이는 만큼 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

사실 그동안 KIA의 전력이 고평가 받았던 배경에는 스타 선수들의 '이름값'이 주는 착시효과가 컸다. KIA 선수들의 네임밸류를 살펴보면 저마다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한다.

2011년 투수 4관왕 윤석민, '메이저리거 1세대' 최희섭-서재응-김병현, '꽃범호' 이범호, '특급 마무리' 한기주, '괴물' 김진우, '50억의 남자' 김주찬 등 저마다 뛰어난 재능과 기량으로 한 시절을 풍미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전성기를 기준으로 한다면 KIA 멤버들은 그야말로 역대급 올스타 군단으로 손색이 없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지나치게 전성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점이다. 냉정히 말해 이들 중에는 전성기가 지났거나, 혹은 거품이 끼었던 선수들이 많았다. 오랫동안 부상에 시달린 선수도 있었다. 1~2년 반짝 잘해서 '커리어 하이'를 찍고 이후 다시 그만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선수들도 많았다. KIA가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이 대표적이다.

이후로도 KIA 팬들은 '이들이 예전의 모습을 다시 보여준다면'이라는 수많은 'IF'를 마음속에 품고 기다려왔지만, 반복되는 희망고문에 좌절했다. 이름은 들리는데 정작 경기에서 모습은 보기 어려운 선수가 너무 많았다. KIA의 몰락은 '야구는 이름값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는 씁쓸한 교훈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기도 했다.

올 시즌 KIA는 성적보다는 리빌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3시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를 겪으면서 KIA 구단과 팬들도 성적을 내는 게 단기간에 욕심을 부린다고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장기적인 계획과 투자를 통해 차근차근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무작정 젊은 선수들만 기용한다고 리빌딩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구 조화와 세대교체가 균형을 이루어야하고 이기는 경험을 쌓으면서 팀이 발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왕년의 스타들'이 팀에서 해줘야할 역할이 여전히 크다. 최희섭, 이범호, 김병현, 서재응, 한기주, 김진우 등 많은 선수들이 올 시즌 그간의 부진을 털고 재기를 노리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그라운드에서 보지 못했거나 혹은 부진해서 잊혀져가는 이름이 된 선수들도 많다.

이들에게 더 이상 전성기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다. 다만, 그라운드에서 더 이상의 방황이나 부상 없이 온전하게 재기해 팀 전력의 한축을 담당하는 것만 해도 큰 보탬이 된다. 이들이 건강하게 돌아와 주기만 한다면 올 시즌 KIA는 역대 프로야구 최대의 재활 무용담 주인공이 될 수 있다.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온 윤석민 역시 '실패한 마이너리거'와 'FA 최고 몸값 선수'라는 상반된 타이틀을 동시에 걸고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다. 외부 영입으로 KIA에 입단한 이후 풀타임을 시즌을 소화하지 못하며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주찬이나 이범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영웅의 출현 이전에 단지 원래 그 자리에 있었어야할 선수들만 시즌 끝까지 자리를 지켜줘도 KIA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수 있다. 지난해보다는 조금 나아지는 성적, 그리고 내일에 대한 희망을 찾는 것이야말로 올 시즌 KIA 팬들이 팀에 바라는 가장 큰 목표일지도 모른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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