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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근]앉았다 일어나면 엉치가 아파서 걷기 힘들다면?


입력 2015.03.22 10:50 수정 2015.03.22 10:55        데스크 (desk@dailian.co.kr)

<정택근의 척추건강 이야기>직립보행의 축복도 누리기 나름

'걷는다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신의 축복이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면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고, 불을 사용해 고기를 익혀 먹으면서 단백질을 더 많이 흡수해 두뇌를 발달시켰고 동시에 70여개나 되던 이의 퇴화로 혀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언어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걷는 일을 통해 도구와 언어를 발달시키고 만남과 이별, 투쟁과 화해의 과정을 거듭하며 역사를 진보 발전시켜왔다.

하지만,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걷는 일에 고통과 제약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 원인이 다름 아닌 척추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척추는 7개의 경추(목뼈), 12개의 흉추(등뼈), 5개의 요추(허리뼈) 그리고 천추(엉치뼈), 미추(꼬리뼈)로 이루어져 있다. 척추뼈들 사이에는 디스크가 위치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인대와 근육이 각각의 척추뼈를 이어주고 있으며, 뇌로부터 뻗어나온 신경이 척추관을 타고 경추, 흉추를 거쳐 요추까지 내려오며 분포하고 있다. 그 주위에는 척추뼈와 인대가 척추신경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며 인접해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척추뼈나 인대, 디스크 등이 비후되거나 돌출, 탈출되면 바로 인근에 위치한 신경이 압박 또는 자극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는 흔히 허리나 엉치, 다리 등에 통증이나 저린감을 느끼게 되며, 심한 경우에는 다리에 감각이 떨어지거나 근력이 저하되어 관절의 운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불상사까지 생길 수 있다.​

특히 오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려고 할 때 엉치 부위가 아파서 쩔쩔매는 환자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런 증상은 염증, 대퇴골두 괴사, 대퇴골두 인대염좌, 골절과 같은 관절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척추 신경이 눌려서 나타나는 증상인 경우도 흔하다. 척추 신경의 압박이 원인이라면 특히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의 디스크가 돌출 또는 탈출되거나 뼈나 인대가 비후되어 요추 5번의 신경절세포가 눌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환자는 신경이 눌려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구부정한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허리를 뒤로 젖히면 신경 공간이 좁아지는 반면 허리를 굽히면 신경공간이 넓어져 조금이나마 편하기 때문이다. 관절 자체에 문제가 생겨서 주로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꿀 때 엉치나 골반 부위의 통증을 느끼는 증상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고관절, 골반, 엉치 부위에 통증을 느낀다면, 철저한 이학적 검사 및 방사선학적 검사를 통하여 신경, 특히 요추 5번의 신경 압박 여부도 반드시 따져봐야 할 것이다.​

요추부 신경절의 압박으로 인한 엉치, 고관절 부위 통증은 먼저 물리치료, 약물치료, 신경주사치료를 시도해볼 수 있으며 이러한 기본적인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다면 신경성형시술이라는 좀 더 적극적인 비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신경을 압박하는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디스크 제거 및 신경감압 치료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존에 많은 환자들이 받아온 고식적인 방법으로는 전신 마취하에 진행되는 '미세 현미경 레이저 디스크 제거 및 신경감압수술'이 있으며, 부분 또는 수면 마취 하에서 진행되는 '미세 내시경을 이용한 요추부 신경공 신경감압시술'은 흉터를 남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나 전신마취가 위험한 고령층이 시도할 수 있다.​

"아침에 매일 사과 한 쪽씩 먹는 사람은 내과 의사를 볼 일이 없다"라는 영국속담이 있다. 필자는 진료실에서 허리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분들께 자주 이런 표현을 한다. "매일 30분씩 걷고, 매일 10분씩 스트레칭을 하면, 척추의사를 볼 일이 없다"라고. ​

대한민국은 현재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우리의 바람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라는 점에서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심폐 기능이 좋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잘 걸어야한다. 잘 걷는 어르신치고 장수하지 않는 어르신은 거의 없다. 누구나 통증 없이 잘 걸어서 인생의 마라톤도 건강하게 완주하는 '장수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글/ 정택근 척추외과 전문의 jungtg2010@gmail.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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