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잊혀져가는 김기종...테러방지법 또 실종?
<굿소사이어티 칼럼>미국 타도 대상 삼는 반미주의
더이상 안전하지 않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법 절실
지난 3월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좌파 시민단체 대표 김기종 씨에 의해 완전 무방비상태에서 칼로 테러를 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그의 범행은 리퍼트 대사의 블로그 등 그와 관련된 자료들과 ‘오바마 키’ 등을 테러 이전에 조사하여 사전에 잘 준비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는 한미군사훈련이 남북대화를 가로막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전쟁 연습이라고 보고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평소부터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그의 ‘반미주의’는 미국이라는 국가를 상징하는 대사에 대한 테러로 이어졌다. 이번 테러를 촉발시킨 그의 사고는 단순한 ‘반미 정서’가 아니라 ‘반미주의’라고 하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미 정서가 미국과의 정책적 차이 때문에 생겨나는 일시적 감정이라고 한다면, 김 씨가 가진 반미주의는 미국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는 중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반미주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건 직후 북한 선전 기관들이 그의 테러를 반미주의를 행동으로 옮긴 것으로 찬양하고 나온 것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그의 행동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 자체를 부정하고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 반미주의
동시에 북한의 선전에 많은 영향을 받은 테러로서 어떤 이유에서도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범죄 행위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한미동맹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25cm나 되는 칼을 들고 미국을 상징하는 대사를 죽이려고 한 것은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미국 대사가 그의 테러로 살해되었다고 한다면 한미관계가 어떻게 되었을지 예측할 수 없다.
그렇게 되었다면 한미 양국은 다른 현안은 손도 못 댄 채 이 문제에만 많은 시간과 외교력을 낭비해야 했을 것이다. 이것은 이번 테러가 노린 것이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김기종씨가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에서 임명한 통일교육위원을 지냈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민주평통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통일자문위원은 한국 정부의 통일정책을 국민들에게 교육시키는 역할을 하는 사람인데 이런 이념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통일교육을 했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내용을 강의했을지 국민은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차제에 정부는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누구의 추천에 의해 통일자문위원에 임명되었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또한 민주평통은 대통령이 의장으로 있는 헌법기관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반미적이고 반대한국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 평통자문위원에 임명되어 버젓이 활동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도 차제에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이번 사건이 안고 있는 심각성은 이런 테러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선전방송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번 사건 발생 이전에 한미군사훈련을 비난하는 강도를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높혀왔다. 남한 내에 활동하는 북한 추종 세력들은 이런 북한의 선전에 현혹되어 반미 집회와 선전 활동을 넘어서서 직접 테러 행위로 나설 가능성이 앞으로도 상존하고 있다.
‘민족공조론’은 위정척사파식의 시대착오적인 발상
북한의 ‘민족공조론’은 한국의 종북적 지식인들의 정서를 파고드는 북한의 선전적 이데올로기이다. ‘민족공조론’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자유민주주의체제보다는 ‘민족’을 우선시할 것을 끊임없이 한국인들과 한국의 지식인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민족이 국가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우선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식민지를 경험한 한국인에게 민족이데올로기는 매우 유용한 북한의 선전 도구가 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언제부터인가 ‘우리 민족’을 ‘김일성 민족’이라고 부르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의 주장대로 민족이 공조해서 북한식으로 통일을 한다면 그것은 우리 민족이 모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봉건적 전체주의체제 밑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런 주장은 상식있는 사람들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종씨와 같은 사람들은 북한의 주장에 현혹되어 북한의 주장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하에 한국에서 되풀이하는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인간의 생각이 인간의 행동을 지배한다고 했다. 이런 북한의 주장에 생각이 기울어짐으로써 급기야 미국과 한국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테러 행위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이 내세우는 ‘민족공조론’은 위정척사파식의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서 북한의 봉건적 전체주의 체제를 지탱하기 위해 내세운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광복 70년을 맞는 오늘날 ‘성공한 대한민국’과 ‘실패한 북한’의 차이는 바로 한국이 폐쇄적 민족공조가 아니라 개방적 국제공조 노선을 채택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 점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한국인들, 특히 우리 사회의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이 북한의 민족공조론에 현혹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와 교육계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나가야 한다.
한미동맹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전방위 노력을
이번 사건으로 한미동맹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을 지키기 위해 한국에 나와 있는 미군들과 한국과의 우호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한국에 근무하는 외교관들이 테러를 당한다고 하면 한국의 국격과 신인도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에서 일어난 이번 테러 사건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경찰뿐 아니라 정부의 공안기관들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01년부터 국회에 제출되었지만 아직도 처리되지 않고 있는 테러방지법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그동안 이 법안은 인권 침해 가능성 때문에 여러 차례 무산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테러는 반인륜적 흉악 범죄이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을 비롯한 선진국가들은 모두 테러방지법을 만들어서 대내외의 잠재적 테러 가능성뿐만 아니라 테러 행위에 대해서 철저하게 대비하고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국회도 다른 핑계를 대지 말고 하루빨리 테러방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글/김영호 성신여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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