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북 최대 명절인 '김일성 생일' 주민들 뭐하나 봤더니...


입력 2015.04.15 08:24 수정 2015.04.15 08:34        목용재 기자

김일성 동상에 바칠 진달래 공수해 집에서 개화

태양절 앞두고 김일성 동상 닦는 등 '정성사업'에 총력

북한이 김일성 주석(왼쪽 동상)의 생일인 '태양절'(4월 15일)을 앞두고 나선시에 김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세웠다고 노동신문이 4일 보도했다. 전날 진행된 동상 제막식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비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이 참석했다.ⓒ연합뉴스

북한의 최대 명절인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마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에서 마련해준 각종 정치·예술 행사를 비롯한 갖가지 ‘이벤트’에 참석하기 바쁘다.

북한 당국은 최대 명절을 맞이해 주민들을 최대한 즐겁고 편하게 해주겠다는 의도로 갖가지 행사를 개최하지만 정작 이를 받아들이는 주민들은 달갑지 않다는 전언이다.

14일 통일부와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태양절 당일인 15일과 다음날인 16일 이틀간 휴일을 갖는다. 통일부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태양절에는 당국이 아이들에게 사탕 선물을 준다든지 문화체육행사를 자체적으로 마련해 진행하게 하는 등 쉬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에게 태양절은 마음 편한 휴일이 아니다. 김일성 동상이 세워져있는 지역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경우 태양절을 앞두고 김일성 동상에 대한 ‘정성사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의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을 위한 10대원칙’의 3조6항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의 초상화, 석고상, 동상, 초상휘장, 김일성이 삽입된 출판물 등을 보위해야 한다. ‘정성사업’이란 이러한 김일성 상질물들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태양절을 맞이해 김일성 동상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반드시 이러한 정성사업을 마쳐야 한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태양절을 맞이해 김일성 동상 앞에 가져다 바쳐야하는 생화를 마련하는 것에도 골머리를 앓는다. 생화를 확보하기 위해 꽃이 활짝 피지도 않은 꽃을 구해서 집에서 꽃을 피우는 주민들도 상당수다.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본보에 “북한은 남한보다 추워서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즈음 활짝 핀 생화를 구하기 힘들다”면서 “때문에 산으로 올라가 꽃봉오리가 맺힌 꽃을 집으로 가져다가 집 아랫목에서 물을 주면서 꽃을 피우고 그 다음에 동상 앞에 가져다가 바친다”고 증언했다.

안 대표는 “4월에는 생화로 진달래 꽃을 많이 구할 수 있는데 진달래를 물에 담가 놓으면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꽃이 핀다”고 말했다.

태양절을 앞둔 14일에는 충성의 노래모임·시낭송, 김일성 회고록 암송경연대회 등의 충성고취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선발된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시를 낭송해야 하고, 김일성 회고록의 특정부분을 암송해야 한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노동당에서 올해 태양절에는 김일성 회고록의 어떤 부분에 대한 암송경연대회를 하겠다고 지침을 내리면 암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선발돼 암송 경연대회를 진행한다”면서 “암기라는 스트레스 때문에 출전자들은 골머리를 앓는다”고 말했다.

태양절 당일에는 각 공장·기업소마다 예술공연, 문화체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북한주민들을 위로하는 행사도 펼쳐진다. 표면적으로는 주민을 위한 행사들로 짜여져 있지만 행사 참여 자체가 강제성을 띄고 있어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태양절을 표면적으로 보면 북한 주민들이 선호하는 날이 될 수 있겠지만 이 기간 동안 행해지는 행사들이 강제성을 띄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충성의 노래모임도 태양절 한달을 앞두고 연습해야 하고 김일성 동상 참배도 일종의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청진출신의 한 탈북자도 “조직적으로 모아놓고 행사 참여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인권침해”라면서 “태양절을 주민들이 편한날로 보는 사람도 있는데, 오히려 시끄러운 날이다. 정치행사가 많아서 모였다가 흩어졌다가, 다시 모였다가 흩어지기 때문이다. 당국에선 베푼다고 할 수 있겠지만 주민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목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