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라틀리프의 당연한 수상이 씁쓸한 이유
외국인선수에겐 MVP 주지 않으려는 꼼수 지적
완벽한 활약에도 KBL 규정으로 인해 팀 떠나야
울산 모비스의 3년 연속 우승을 이끈 리카르도 라틀리프(26)가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선정됐다.
지난 14일 코엑스인터콘티넨탈 호텔 하모니 볼룸에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라틀리프는 올 시즌부터 부활한 외국인선수상의 첫 수상자가 됐다. 아울러 라틀리프는 베스트 5와 수비 5걸에도 이름을 올렸다.
라틀리프의 수상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이었다. 경쟁자였던 데이본 제퍼슨이 플레이오프 기간 애국가 스트레칭과 SNS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며 퇴출 조치를 당해 일찌감치 라틀리프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라틀리프는 2012-13시즌부터 모비스가 3년 연속 챔피언에 오르는데 기여했다.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입단 첫해 한국농구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교체 검토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첫 시즌 중반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이 트레이드를 통해 합류하며 졸지에 주전에서 백업 멤버로 밀리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2014-15시즌은 라틀리프에겐 기회였다. 벤슨이 시즌 초반 금전적인 문제를 놓고 구단과 갈등을 빚다가 퇴출당했다. 2인자였던 라틀리프는 갑작스럽게 주전으로 올라서게 됐다. 벤슨의 공백으로 올 시즌 모비스의 성적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라틀리프는 보란 듯이 벤슨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우며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거듭났다. 정규리그 54경기를 모두 뛰며 20.1점 10리바운드 1.7블록을 기록한 라틀리프의 활약에 힘입어 모비스는 지난 2년간도 차지하지 못했던 통합 우승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3년 연속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선수도 라틀리프가 유일하다.
라틀리프는 애런 헤인즈, 찰스 로드 등과 함께 한국농구에 진출해 오히려 기량이 점점 성장한 '육성형 외국인선수'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화려한 기술이나 득점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성실한 자기 관리와 팀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유재학 감독이 선호하는 모비스 스타일의 외국인 선수와 잘 맞아떨어졌다.
팀의 우승과 함께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영예를 동시에 얻었지만 라틀리프의 수상은 아쉬움도 남겼다. 라틀리프는 당초 국내 선수를 포함한 정규리그 MVP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런데 KBL이 갑작스럽게 갑자기 규정을 바꾸어 외국인선수상을 부활시키면서 라틀리프의 입지가 모호해졌다.
이날 정규리그 MVP는 국내 선수인 양동근에게 돌아갔다. 양동근 역시 수상 자격이 충분하지만 라틀리프와 비교하면 개인 성적에서 아무래도 미치지 못한다. 농구팬들 사이에서 외국인 선수에게 MVP를 주기 꺼려한 KBL의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라틀리프는 올스타전 MVP 수상 실패에 이어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라틀리프를 떠나보내야 하는 모비스 팬들의 심경 또한 복잡하다.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규정이 바뀌면서 라틀리프는 모비스를 떠나 드래프트에 나와야 한다. 모비스로서는 3년간 공들여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키운 라틀리프이기에 변덕스러운 KBL 규정에 대한 아쉬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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