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쥐고 흔드는 김정은의 노림수는?
전문가들 "남북관계도 임의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위한 것"
북한이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남북 당국 간 합의 사항에 어긋나는 ‘억지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를 두고 북한이 개성공단을 통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판 깔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통일부에서는 개성공단 기업들에 남북 합의가 도출될 때까지 임금 지급을 하지 않도록 거듭 당부하고 있고, 북한 당국에서는 인상된 임금을 기한 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연체료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원활하지 않은 임금협상에 대한 불안감을 떠안고 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관리위원회(관리위)가 당국 채널은 아니지만 임금문제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임금협상 갈등을 불러일으킨 북측의 일방적인 노동규정 개정은 당국 간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부의 가이드라인을 깨고 북측에 임금을 전달한 개성공단 기업이 나왔고, 이에 북한은 임금 지급 시한을 기존 20일에서 24일로 연장하면서 개성공단 기업들의 임금지급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임금 지급 시한 연장으로 기업들이 북측에 임금을 추가 지급하는 사례가 나오면 결국 정부가 개성공단을 둘러싼 갈등 국면에서 북측에 끌려가게 되는 셈이다. 현재 통일부는 북측에 임금을 전달한 기업들의 경위, 추가 임금을 지급한 기업 현황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한채 북한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부 기업의 임금지급 관련) 정부로서는 사항이 최종적이고 공식적이여야 되는 것인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 시간이 걸린다”면서 “임금을 지급한 3개 기업 외에 추가로 담보서에 서명을 하고 임금을 지급한 기업이 있는지 여부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안’에 “북한은 개성공단 차원의 주도권 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에서도 자신들이 임의로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하려고 한다”면서 “항상 남북관계에 있어서 주도권을 쥐고 끌고 가려는 것이 북한의 일반적인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은 1차적으로 개성공단을 자신들 임의대로 운영해나가는 그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와의 협상테이블은 자신들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형국이기 때문에 협상구도를 깨뜨리고 있다. 결국 개성공단이 자신들의 땅에서 운영되니까 자신들이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임금협상이라는 카드로 개성공단 기업들과 통일부 당국 간 갈등을 불러 일으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은 본보에 “실제 임금인상은 개성공단 기업들에게 큰 부담은 되지 않지만 문제는 북한이 남북 간 합의 사항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이 같은 상황에서 이미 세 개 기업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깨고 북한에 임금을 지급한 것은 ‘남남갈등’을 노린 북한의 노림수가 먹혀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임금 인상과 관련해 북한의 일방적인 태도를 수용하면 선례를 만들어버리는 결과이기 때문에 큰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개성공단을 둘러싼 갈등의 본질은 ‘개성공단’이 아니라 북한의 자존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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