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SBS 웃찾사 'LTE-A 뉴스' 등 대표적
여의도에 '정치 풍자개그' 바람이 불고 있다.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웃찾사)',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 등은 최근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정치적 사건들에 개그를 입혀 대중들의 답답한 속을 긁어주고 있다. "아는 만큼 더 재밌다", "배를 잡고 웃었다"는 평들이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정치 풍자개그가 부활한 것은 현재 정치권에 비판할만한 굵직한 소재들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정가는 경남도 무상급식 지원 중단 논란, 이명박(MB) 정권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과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리스트 파문 등으로 연일 시끄럽다.
여기에 '정치의 꽃'인 선거가 잇달아(총선(2016년), 대선(2017년)) 예정된 것도 정치 풍자개그가 재등장하는 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가 가까워오기 시작하면 정치에 무관심했던 이들도 관심을 갖는 만큼 대중의 관심사에 민감한 개그프로그램들이 일찌감치 정치 풍자 코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5일부터 개그콘서트가 선보인 새 코너 '민상토론'은 최근 나타난 대표적인 정치 풍자개그다.
이 코너는 논란이 되는 주제를 놓고 찬반으로 의견이 나뉜 패널들이 각자의 주장을 개진하는 TV토론 형식을 따왔다. 사회자 역할을 맡은 박영진은 패널들로 나오는 유민상, 김대성에게 정치·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주제들에 대한 의견 개진을 요구한다.
현재까지 민상토론에 나온 주제들은 4대강 사업 및 자원외교, 무상급식 논란, 성완종 리스트 파문 등인데 민상토론은 이 '따끈따끈한 주제들'을 다음 대화와 같이 '직접적이면서도 직접적이지 않게' 풍자한다.
박영진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자연재해를 방지한 성공한 사업이라는 평가와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국고를 낭비한 실패한 사업이라는 평가가 서로 엇갈리고 있는데요, 4대강 사업, 유민상 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유민상 "......뭘요?"
박영진 "4대강 사업,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
(유민상이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자)
박영진 "아, 실패다?"
유민상 "아니요, 아니요!"
박영진 "아, 성공이다?"
(옥신각신하다가 유민상이 원하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면서 "자, 원하는 거 얘기할게요"라고 하자)
박영진 "자원하는 거? 자원? 자원외교?! 알겠습니다. 유민상 씨가 원하는대로 자원외교, 과연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국민의 혈세 낭비인가를 놓고 난상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KBS 2TV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4월 12일자 내용 중
아울러 민상토론은 '토론이 불가능한' 현 세태도 함께 비꼬고 있다. 박영진의 질문에 매주 유민상, 김대성은 눈치를 보며 꿀먹은 벙어리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현 사회가 서로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찍어누르려하는 분위기이다보니 자신의 의견을 숨기기에 급급한데 이를 이러한 두 사람의 모습으로 꼬집는 것이다.
두 사람 뒤, 객석에 앉은 이들 또한 유민상, 김대성을 향해 "의견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고 비판하면서 막상 자신들이 의견을 말할 땐 물을 마시면서 말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게 하는 등의 행동을 한다. 매주 박영진이 "개그맨 유민상 씨의 의견은 개그콘서트 조준희 PD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선긋기'를 하는 것도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근래 정치 풍자개그의 물꼬를 튼 건 웃찾사다. 지난 3월부터 선보인 'LTE-A 뉴스'가 대표적이다. 강성범, 임준혁은 한주의 주요 뉴스들을 전하면서 촌철살인의 말들을 곁들인다. 민상토론보다 발언 수위도 더 직접적이고 세다. 지난 26일 방영된 LTE-A 뉴스에서 강성범은 "성완종 리스트가 모든 뉴스를 덮고 있다"고 했고 임준혁은 이에 대한 검찰, 국민,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에 대한 반응을 각각 전했다.
임준혁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수사하겠다"(검찰), "제발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국민)고 한 뒤 의혹을 받고 있는 당사자들은 "에미야, 국이 좀 짜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성범이 "뭔 소리냐"고 타박하자 임준혁은 "누가 물 타주길 바랄 것 아니냐"며 사건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는 지양돼야 한다는 경고를 남겼다.
지난해 9월 선보인 '뿌리 없는 나무'도 정치·사회 풍자 요소가 담겨있다. 시종일관 왕이라는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 앳된 목소리를 통해 '반전의 재미'를 주다가 코너 후반쯤에는 각 지방의 예산낭비를 비판하거나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민생법안 처리는 빨리 해야 한다며 큰소리를 낸다. 특히 여기서 왕은 신하들의 건의에 모든 것은 국민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아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편 2012년 대선 당시에도 정치 풍자개그가 봇물을 이뤘다. MBN 개그공화국의 '쉐프를 꿈꾸며', MBC 웃고 또 웃고의 '나는 하수다', tvN SNL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해당 코너들에 출연하는 코미디언들은 유력 대선후보들인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비롯해 정가 주요인물들인 홍준표 전 새누리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등을 똑같이 따라했다. 외관은 물론 목소리와 행동까지 완벽하게 그 인물이 된 듯 연기하면서 세태를 지적하는 대사나 상황을 곁들여 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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