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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 놓친 새정치, 문재인도 동교동계도 '패배'?


입력 2015.04.29 23:03 수정 2015.04.29 23:32        이슬기 기자

선거 초반 '지분' 논란으로 당내 갈등 야기, '김희철 사태' 수습도 실패

4.29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 지역에 출마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29일 저녁 관악구 신림동 난곡사거리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정된뒤 지지자들로부터 선물받은 안전모와 빗자루를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4.29 관악을 재보궐선거에서 오신환 새누리당 후보가 ‘27년 야당 텃밭’ 공식을 깨고 당선된 가운데,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당내 ‘지분 논란’을 일으켰던 동교동계 책임론도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 내 동교동계의 움직임은 전당대회 직후부터 감지됐다. 선거 초반, 앞서 전당대회에서 고배를 마셨던 박지원 의원이 선거 지원에 언제부터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반면, 같은 시기 새누리당은 이미 오신환 후보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고 일찍이 선거운동 정국에 돌입했다.

이에 문 대표는 박 의원을 비롯해 문희상·정세균·안철수·김한길 상임고문 등과 회동을 갖고 선거지원을 요청했지만, 정작 박 의원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물론, 이에 대해 박 의원 측은 “이미 개인일정이 있었고 뒤늦게 통보를 받았기 때문에 불참을 미리 알렸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계기로 ‘박지원’으로 대표되는 동교동계와 문 대표 간의 ‘불화설’에 불을 지폈다.

특히 당초 정동영·천정배 후보의 탈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던 권노갑 상임고문이 지난 7일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참배 후 ‘6대4 지분’ 발언을 들고 나오면서 당내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또 계파갈등이냐”라는 여론의 비판이 강하게 불거졌고, 이같은 불신이 곧 재보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권 고문은 묘소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운영은 반드시 주류와 비주류가 있기 마련”이라며 “따라서 그동안 정당정치 관행은 주류 60%, 비주류 40% 비율로 배합했다. 그 정신을 문 대표도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문 대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동교동계에 뿌리를 둔 추미애 최고위원은 다음날 최고위원회에서 눈물까지 글썽이며 “어디까지나 지지 세력의 뜻을 받들고 챙기라는 것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언”이라며 “그 분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묘소 앞에서 분열의 결의를 하는 것은 그분의 뜻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권노갑 상임고문, 추미애 의원이 지난 10일 오후 4.29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정태호 후보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출범식에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희철 측 이탈 수습 못해...‘제2의 야권분열’ 야기

관악 패배의 책임이 동교동계에 쏠리는 건 이뿐이 아니다. 앞서 경선에서 패배한 김희철 전 후보 측의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 데다, 김 전 후보의 지지세력이 정동영 후보 쪽으로 이탈하는 것 역시 막지 못하면서 또다른 ‘야권 분열’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 김 전 후보는 “정태호 후보를 돕지 않겠다”며 문 대표와 정 후보를 향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관악구청장을 두 번 지낸 데다 지난 2012년 경선에서도 탈락했던 만큼, 정 후보보다 자신의 인지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친노 기득권’으로 인해 경선에서 밀려났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여론조사를 조작한 의혹과 당원 명부 증발 의혹 등이 해명되지 않은 채 선거가 진행 중”이라며 “이런 의혹이 풀리지도 않은 상태로 출마한 정태호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김 전 후보 측 인사였던 이행자 서울시의원이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는 과정에서 1000여명의 지지자들이 정 후보 측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오 후보 캠프의 한 관계자는 “우리도 이행자 시의원 파워가 그정도일 줄은 몰랐다. 시의원 하나정도라고 생각했는데 1000명이 빠져나가더라”며 “그 중 일부는 여기 캠프에 전화해서 ‘뭐 도와줄 것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우리랑 싸우는 게 아니라 자기들끼리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당초부터 ‘여야 싸움’이 아닌 ‘야야 싸움’ 구도가 일찍이 정해진 상황에서, 문 대표가 김 전 후보 측 지지자들을 충분히 끌어안고 설득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지도부에서도 동교동계에 김 전 의원을 설득을 부탁했던 만큼, 양쪽 모두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내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경선 과정에 대해 “박지원이 관악에서 김희철하고 밥 딱 두 번만 먹어줬어도 그렇게는 안 됐을 거다. 솔직히 0.6%p가 말이 되느냐, 말이”라며 “그래놓고 이제 와서 선당후사 하라느니 정태호를 도우라느니. 이건 남이 봐도 정말 너무한거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탈당은 하지 않은 채 ‘정태호 지지 불가’만을 공언했던 김 전 후보 역시 패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당 심판’도 모자란데 무슨 힘으로 ‘야당 심판’을 하느냐. 공사는 구분해야지 총선도 치러야하는데 제정신이냐”며 “이번에 지면 김희철 탓이다. 그 사람은 아무 할말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막판 ‘선거법 위반’ 논란도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 후보의 선전을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오 후보가 “조사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이의신청을 제기, 결과적으로 선관위가 오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격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서울시 선관위는 앞서 21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관악을 보궐선거에서 정 후보의 지지율이 36.7%로 1위라는 내용을 발표한 여론조사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서울시 선관위 산하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는 “가중치 보정 방법으로 제18대 대선 득표율 및 제18대 총선 투표율로 가중치를 반복비례 적용한 방식은 조사기관의 의지에 따라 조사결과를 심각하게 왜곡시킬 수 있다”며 “이는 공직선거법 108조 및 선거여론조사기준 4조를 위한한 혐의가 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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