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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PR, 550억짜리 샌드위치 클럽으로 남을까


입력 2015.05.19 11:44 수정 2015.05.19 15:08        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엽 객원기자

잔류 위해 550억원 투자하고도 ‘꼴찌’ 굴욕

에르난데스 구단주 ‘방만한 경영’ 부메랑?

QPR 토니 에르난데스 구단주는 과감한 투자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돌아온 건 강등이라는 참담한 결과였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초호화 샌드위치(클럽)를 보고 있다."

퀸즈파크 레인저스(이하 QPR)가 이번 시즌에도 강등을 면치 못하자 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3시즌 만에 2번째 강등이라는 굴욕을 맛보게 된 것.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재승격에 성공한 QPR은 오직 리그 잔류만을 목표로 삼았지만, 시즌 초반부터 졸전을 거듭하며 단 한 순간도 팬들에게 리그 잔류에 대한 희망을 안겨주지 못했다.

QPR은 다듬어 지지 않은 원석과 같은 구단이다. 런던에 위치해 지리적으로나 팬들의 규모 면에서 이만한 클럽을 찾기 힘들다.

구단의 역사는 깊은 반면, 인수 금액은 크지 않아 많은 갑부들이 이 원석을 가치 있는 보석으로 만들기 위해 뛰어들기도 했다. '철강왕' 락슈미 미탈, '포뮬라원 재벌' 플라비오 브리아토레 등이 대표적이다.

미탈과 브리아토레가 QPR을 인수할 때만 하더라도 구단의 미래는 밝았다. QPR 팬들은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첼시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미탈과 브리아토레가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보다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들의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QPR 구단주들의 축구와 구단에 대한 애정은 아브라모비치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저조한 투자는 성적에 그대로 반영됐고, 현 구단주인 토니 에르난데스가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 QPR은 수도를 연고로 하는 변방 클럽 신세를 벗어날 수 없었다.

2011년 토니 에르난데스가 QPR을 인수하면서 팀은 다시 전환점을 맞이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해 팀의 전력을 빠르게 강화시켰고,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성공하면서 그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는데 기틀을 마련했다.

2012-13시즌을 앞두고 QPR은 새로운 기치를 내걸고 도약의 준비를 시작했다. 박지성, 훌리우 세자르, 스테판 음비아 등을 영입하며 유럽클럽대항전을 목표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당시 QPR에 대해 "충분히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토니 에르난데스 구단주는 "2012년은 QPR이 새롭게 태어나는 시즌"이라며 "이번 시즌부터 QPR은 한 단계 도약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QPR은 약 8000만 파운드(한화 약 1400억 원)을 지출하고도 강등을 당했고, UEFA가 제정한 FFP(Financial Fair Play) 룰마저 위반하며 최악의 시즌을 맞이해야만 했다.

다행히 엄청난 투자는 계속돼 한 시즌 만에 QPR을 프리미어리그로 밀어 올리는데 성공했고, 또다시 토니 에르난데스는 3300만 파운드(한화 약 550억 원)을 지출하며 이번시즌이야말로 강등의 덫을 피해 프리미어리그 구단으로서 자리매김할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토니 에르난데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리그 꼴찌란 성적표를 받아든 QPR은 다음 시즌 챔피언십 우승을 노려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토니 에르난데스는 QPR을 인수할 때, 클럽의 자부심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도 구단 관계자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해진다. 그만큼 축구와 QPR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하지만 그의 지출은 투자가 아닌 방만한 경영으로 대표되면서 '샌드위치 클럽'이라는 오명만이 남았을 뿐이다.

일부 QPR 팬들은 최근 이런 말을 남긴다. "샌드위치는 비싼 재료를 넣는다고 해도 맛있는 건 아니더라고요"라고.

이상엽 기자 (42221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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