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노래 한 곡이 뭐라고?


입력 2015.05.25 09:45 수정 2015.05.25 09:52        최용민 기자

보훈처, 제창은 불가능..."강제로 부는 것에 거부감 있어"

여권내 갈등 속 정치인들 "제창 아무 문제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연합뉴스

1981년 만들어진 민중가요 한 곡이 2015년 대한민국 이념 갈등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말았다. 지난 18일 '5·18 광주민주화운동 제34주년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유가족 및 시민단체들이 따로 기념식을 진행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 노래는 5·18 민주화운동 중 희생된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1981년 작곡됐다. 가사의 원작자는 백기완, 작곡자는 김종률이다. 처음에는 '님을 위한 행진곡'으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표준어 규정에 따라 통상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부른다.

합창은 가능한데 제창은 불가능?..."북한 영화에 사용된 노래" 이유

먼저 이들이 이렇게 둘로 갈라져 행사를 진행한 근본적인 이유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 문제 때문이다. 현재 보훈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이 곡의 제창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합창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어 이에 대한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합창과 제창의 차이를 살펴보면, 합창의 의미는 '행사에 참석한 합창단만 부르는 것'을 의미하고 제창이란 '행사에 참석한 합창단과 행사에 참여한 시민, 청중, 관계자가 다같이 함께 부르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보훈처가 합창은 가능하지만 제창은 불가하다고 밝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보훈처는 지난 1991년 북한이 제작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 음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용된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이 영화는 작가 황석영과 북한 작가 리춘구가 공동 집필한 영화다.

즉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에서 사용되는 노래여서 5.18 기념식에서는 제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애국가조차 지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기념곡 제1호로 지정되면 또 다른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럼 왜 합창은 되는데 제창은 안되는 것인가? 이에 대해 최정식 국가보훈처 홍보팀장 "애국가처럼 모든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따라 불러야 하는 형태인 제창 방식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이 많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여당내 갈등까지 번져...정치인들 대부분 "제창해야"

이 문제는 결국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의원들의 의견이 각각 갈리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운동권 출신이 하태경 의원은 결국 보훈처장을 경질시켜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아침소리'에 참석하다 보니 잠이 덜 깼나 보다"라고 비난했다.

하 의원은 특히 19일 교통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보훈처가 주장하고 있는 내용에 대해 하나하나 이유들 들어 반박했다. 이 곡은 지금 북한에서도 금지곡이고 영화에 쓰인 부분은 가사도 없이 배경으로 멜로디만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중에서 '임'이 김정은을 의미하고 '새 날'이 적화통일이 실현되는 날이라서 제창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영화를 보면 수령의 지도가 없어서 실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러니까 그 영화를 보면, 임이 수령일 수가 없는 거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적성이 강한 종북노래라면 보훈처의 설명대로 그런데 그건 제창은 안 되고 합창은 왜 되느냐, 이건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임을 위한 행진곡, 국가 지정곡 절대 안된다’라는 글을 통해 "본 의원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북에서 금지곡인지 아직 확인된게 없다. 오히려 이 노래는 북에서 발간한 ‘통일노래 100곡선’(1990, 윤이상음악연구소)에 수록돼 있다. 백보를 양보하여 하의원의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북에선 필요에 따라 이 노래를 장려하기도 하고 금지하기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더구나 북에서 현재 부르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의도, 목적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에서 왜 이 노래를 배경음악으로 넣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 노래를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려고 애쓰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야권을 비롯해 정치권에서는 국회가 지난 2013년 여야 합의로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국회의장까지 제창을 요구한 만큼 제창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진행한 행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불렀지만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 및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승춘 보훈처장은 임을 굳게 다물고 있는 모습이 전해지면서 웃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최용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