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가 숨기는 '국회 대책비'의 진실은?
<기자수첩>정보공개 청구해도 묵묵부답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정치권이 '국회대책비' 논란으로 시끄럽다. 이는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검찰이 1억원의 용도를 전당대회 경선자금(1억2000만원)으로 추측하자 "아내가 국회대책비로 한 달에 수천만원씩 나오는 돈 가운데 일부를 모았다"고 하면서 촉발됐다.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신계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힘을 '보탰다'. 입법 로비 혐의로 기소된 신 의원은 지난 18일 재판에서 상임위원장 직책비를 아들 유학자금과 부인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국회대책비의 실체는 미스터리다. 일단 '국회대책비'라는 이름부터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나온 언론과 의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국회대책비는 각 예산 항목 내 '특수활동비'라는 세목으로 편성된 것들을 칭하는 것이다.
국회의장과 부의장, 여야 원내대표, 18개 상임위원회, 각종 특별위원회 등에 지급되며 엄연한 '공적 자금'이다. 연간 80억~90억원 정도 지급되며 여당 원내대표에게는 연간 4억원 이상 주어진다. 무엇보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증빙지침에 따라 증빙자료(영수증 처리)가 필요없다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이는 '확실한 정보'가 아니다. 국회대책비를 관장하고 있는 국회사무처 운영지원과 경리계는 논란이 터진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경리계 관계자는 지난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국회대책비와 관련 "일개 부서에서 대응하지 않는다"며 "미디어담당관실이나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공식적 답변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데일리안'은 당일 국회 홈페이지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답은 6월 초는 돼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정보공개시스템 제도안내 및 처리절차에 따르면, 청구된 정보의 자료조사 및 공개여부 결정은 1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기간 내 공개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때에는 공개여부 결정 만료일 익일부터 10일 범위 내 결정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즉, 정보공개청구에 대한 답은 10일 이내에 들을 수 있는데, 담당부서에서 '어쩔 수 없는 사유'로 답변 연장을 한 차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기간을 넉넉히 20일 정도로 잡아야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때도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비공개대상정보(법 제9조 제1항)에 따라 정보 비공개 결정이 났을 경우, 답을 들을 수 없다. 답을 듣기 위해서는 불복구제절차(법 제18조~제20조)에 따라 이의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연장기간까지 감안하면 14일이 걸린다. 만약 국회대책비에 대한 답변이 나오더라도 그 답이 '원론적 답변'에 그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에 속하는 현직 여당 원내대표 등 의원들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해당 사건과 관련, 홍 지사가 아내에게 국회대책비 일부를 줬다는 논란을 빗대 "나는 마누라한테 갖다준 적(이) 없다"고 웃어 넘겼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회대책비 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사회는 상식이란 게 있으니 상식에 따라 양식있게 해야 한다"며 "세상의 일을 법으로 다 재단하면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시간이 갈수록 '국회대책비의 정체'가 더욱 알쏭달쏭해지고 있는 가운데 '희망(?)'도 있다. 유 원내대표가 홍 지사의 행동에 대해 지난 17일 "생활비로 쓴 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19일에는 "특수활동비 사용내역에 대해 투명하게 하자는 것은 우리도 많이 주장해왔던 것으로 여야 합의만 되면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한 만큼 '그 정체'가 밝혀질지 주목되는 것이다.
사실 국회대책비 논란은 '거리낄 것 없는 돈'이라면 그 취지에 대해 툭 터놓고 밝히면 그만일 일이다. 장기전으로 갈수록 혹시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의구심만 커질 뿐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혈세'로 이뤄진 국회대책비에 대해 '돈의 주인'인 국민은 그 정체를 제대로 알 권리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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