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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한국인의 후진 문화를 드러내다


입력 2015.06.08 10:27 수정 2015.06.08 10:33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간병문화+술잔 돌리기+허례허식 잔치

5일 보건당국이 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병원이 평택성모병원이라고 공표했다. 이날 오전 마스크를 한 취재진만이 목격될 뿐 병원 주변에 인기척은 뚝 끊어졌고 병원 입구에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잠정 휴원한다는 안내문만이 부착돼 있다.ⓒ연합뉴스
메르스가 한국에서 급속하게 퍼지자 낭설이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맞물려 횡행을 했다. 한국인이 메르스에 매우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부터 메르스의 변이가 생겨서 더욱 확산되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인 상황이라는 추측도 강력하게 대두되었다. 하지만 이는 곧 설득력을 잃었다. 취약한 유전자도 변이 현상도 아니었다. 오히려 문화적 요인이 작용했다면 설득력이 있었다.

예컨대, 가족의 병간호 문화였다. 한국 사람들은 병원에서 가족이 24시간 숙식을 하면서 간호를  한다. 각별한 가족주의와 가족애가 미덕인 한국의 문화적 특징이다. 비록 좁은 병실이지만 그러한 간호는 가족애의 상징이기도 했으며, 당연한 가족의 의무로 생각되기도 했다. 의료복지의 제도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족의 희생이었다. 간병 시스템이 의료 비용의 뒷받침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앞으로는 좁은 병실은 분명 개선되어야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 확산이 급속히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가족의 간병에 의존할수록 더욱 확산에 치명적인 동인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메르스를 통해 한국의 사회문화를 되짚어볼 계기를 마련해준 측면은 있을 것이다. 회식 문화에서 술잔 돌리기는 이제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간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술잔 돌리기는 글로벌 위험 사회가 도래하는 상황에서 건강 담론에 밀리게 되었다. 메르스는 각 개인은 물론 공동체 전체에 위협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해주었다.

앞으로 바이러스가 한국에 넘어올 위협은 상존하기 때문에 위생에 대한 인식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술잔 돌리기 같이 집단적 결집을 이끌어내려는 문화 행위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위생의 관점이 강화되어 마스크가 이제 일상용품으로 사용될 것임은 자명하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지나치게 건강 염려를 하는 소심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인식이 바뀌게 될 것이다. 자신의 위생과 타인의 건강이 상호 밀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적인 과시형 행사는 재고의 대상이 될 듯 싶다. 일상 문화의 행사에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주위에 드러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면은  형식주의 문화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켰던 점이 있어왔다. 최근에 스타들의 결혼식이 주로 가족을 중심으로 비공개 행사화하는 것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미 가족 행사에 대한 인식 변화 토대는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진정성이 담기지 않는 이중적인 모순과 위선의 행사가 되기 일쑤였다. 돌잔치, 결혼식, 장례식에는 진정으로 마음과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만 참여하는 문화의 확립에 메르스는 영향을 줄 듯싶다. 메르스 위협을 뚫고 올만한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로 거듭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여드는 문화 공간은 이제 항상 소규모 단위로 개별화 하여 위기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조류독감, 사스, 구제역 등등 많은 질병 바이러스 때문에 문화 공연이나 행사들이 위축되는 일이 빈번한 상황에서 관련 기획 제작사들의 리스크 헷징 전략이 필요해진다.

음식점이나 식당만이 아니라 극장이나 공연장에도 위생관념이 강해질 수밖에 없고 그것을 특화 시키는 곳일수록 부유층을 중심으로 선호할 가능성이 많다. 이렇게 견인역할을 하는 곳이 생겨날수록 다른 곳으로 전체 확산의 경향을 보일 것이다. 대규모로 사람이 모이는 공간을 중심으로 한 각종 문화행사는 이제 다른 보완책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복되는 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 

메르스는 한국 사회의 일상문화를 어떤 방향으로든 바꿀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글로벌 바이러스 감염에 잘 대처하여 온 것에 따른 방심이 있었지만, 우리가 개선해야 할 문화적인 경향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성을 메르스가 노출시켰다. 그 변화는 건강과 생존이라는 21세기 개인화된 가치 때문에 불가피하다. 개인화된 가치는 전체를 중요시하는 문화와 상호 갈등을 벌이고 그 중간적 절충점을 찾는 형태로 변화할 수 밖에 없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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