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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최우선'이라던 박원순, 퀴어축제는 안 위험한가


입력 2015.06.09 11:31 수정 2015.06.09 11:33        하윤아 기자

<기자수첩>지역사회 감염 우려된다더니…서울광장 행사 개최에는 소극적 자세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서울시-서울시 의사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방지 협력 설명회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4일 밤 9시 26분 잠자고 있던 휴대전화에 '긴급브리핑 공지'라는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메시지에는 한 시간쯤 뒤인 10시 30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서울시 조치계획 긴급 브리핑을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굳은 얼굴로 브리핑에 모습을 드러낸 박원순 서울시장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의사가 1500여명이 모이는 대규모 행사에 참여해 메르스 확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향후 메르스 대응에 전면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음날인 5일 열린 메르스 대책회의에서는 예정됐던 유럽 순방을 포함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메르스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박 시장은 그로부터 '서울메르스대책본부장'을 자청하며 연일 대책회의를 열고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울시는 9일 서울광장에서 개막하는 '퀴어문화축제' 행사에 대해서는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아직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의심 환자가 행사에 참여, 메르스 확산이 우려될만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늑장 대응보다 과잉 대응이 낫다"며 신속·정확한 선제적 대응을 추구하는 박 시장은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 우려하는 메르스 지역 감염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있는 모양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메르스 사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던 그의 적극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비상상황'이라고 언급할 만큼 감염 우려가 심각한 수준이라면 보균자가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행사에 보다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하지 않을까. 행여 취소가 어렵다면 시 차원에서 행사 보류나 연기를 충분히 통보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 서울시 측은 '지역사회 감염 우려는 없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근거로 축제 개최 자제 요청만할 뿐, 억지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은 "병원 내 감염이 지역사회로 전염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지속적으로 지역사회 감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시장은 지역사회 감염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정작 시 행정은 '지역사회 감염은 없다'는 전문가들의 소견에 기초해 이뤄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실제 서울시가 취한 유일한 조치는 지난 5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포함해 이번 주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한 8개 민간단체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메르스 확산 우려를 표명, 자제를 요청한 것이 전부다. 이 가운데 5개 단체는 즉각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등 3개 단체는 행사를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퀴어문화축체 조직위원회는 메르스 확산에 대한 안전 문제로 현장 참가자 없이 유튜브 채널을 이용해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 방식으로 개막식을 진행하겠다고 한다. 다만 혹시 모를 보균자의 개막식 참여에 대비해 현장에 열 감지기와 마스크를 구비해놓겠다는 계획이다.

조직위원회 측이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사항을 공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메르스 바이러스 보균자가 다수의 군중 속에 함께 섞여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시민단체가 "서울시는 메르스 감염 사태를 감안해 퀴어문화축제의 9일 개막식과 28일 퍼레이드를 직권 취소하라", "메르스 확산에 대한 국민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으니 서울시는 서울광장에서 예정된 퀴어축제를 즉각 취소 조치하라"고 촉구하는 이유다.

박 시장은 앞서 메르스 방역 의지를 거듭 강조하면서 공공연히 "시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공직자는 스스로 옷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박 시장에게 묻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은 옷 벗을 준비가 돼 있는가.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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