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고민되네"…국민연금 '속앓이' 왜?
국민연금, 찬반 입장표시 쉽지 않아 기권 결정 가능성 제기
내달 17일 열리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결을 위한 주주총회를 한달 넘게 앞두고 국민연금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을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합병 반대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합병과 관련된 국민연금 입장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삼성물산의 지분 9.7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결의에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 대주주들에 잇단 서한을 보내는 등 엘리엇의 의도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키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결정이 이번 사태의 최대 관전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9일 "엘리엇 측에서 서한이 와서 내용을 분석하고 있지만 합병에 대한 결정여부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주주가치 증대에 대한 것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 측은 엘리엇에서 보내온 서한 내용 분석과 함께 내달 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안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합병 찬반 여부에 따른 주가영향과 시장이 미치는 여파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토대로 결론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투자위원회)에서 두 회사 합병에 대한 찬반 결론이 안나오면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영위원회 산하인 전문위원회로 넘어가게된다. 전문위원회로 넘어가게 되면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의견 조율을 통해 찬성과 반대, 중립, 기권 등이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우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 차원에서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는 국민연금 입장에서 이번 합병안에 대해 찬반 입장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합병결정에 대해 기권 표시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합병여부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찬반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의 연금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합병에 찬성하면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입장에 선다는 비판을 피할수 없고 합병을 반대한다고 해도 외국계 펀드의 입장에 섰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어떤 결정에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간 합병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에 합병반대 표시를 하며 주총에서 기권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에 반대한 이유는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가 낮아 주주이익이 심한 훼손을 입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보다 낮아지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이 합병에 대한 반대 결론을 낼 가능성이 적어진다.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각각 6만8000원, 18만2500원에 거래됐다. 아직 주식매수청구 행사가격인 5만7234원과 15만6493원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엘리엇 측은 이날 삼성물산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매수 결정을 앞두고 삼성물산과 이사진에 대한 가처분 소송을 시작으로 법적 절차를 본격화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엘리엇측은 "합병안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오늘 삼성물산과 이사진들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법적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는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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