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연기 '외교비용보다 사회비용' 박 대통령 결단
상대국 양해 구해 외교적 비용 줄일듯
전문가들 "메르스 불신도 국가안보 문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4~19일 예정된 미국 공식방문 일정을 전격 연기한 것은 '외교'보다 '내치'에 더 중점을 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미국 방문을 연기해 발생하는 '외교적 비용'보다 진행했을 때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10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아직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메르스 조기 종식 등 국민 안전을 챙기기 위해 다음 주로 예정된 방미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방미 일정 연기는 외교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이 더 크게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미국 방문을 취소해 발생하는 외교적 비용에는 갑작스런 외교 일정 취소에 따른 미국 내 분위기라든지 일정을 새롭게 잡고 의제를 다시 설정해야 되는 문제 등이 있지만 이 보다는 국민 안전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번 방미 연기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외교적 손실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전에 미국도 한국의 사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미 국무장관과의 합의를 통해 진행됐기 때문에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는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미국도 한국 사정을 미리 알고 있었고 합의를 통해 조율된 사항이기 때문에 외교적 손실이나 문제는 크게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외교적 비용보다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 결정한 내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양해를 구해서 상대편이 동의를 했으면 큰 외교적 비용을 치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9월 쯤 유엔 총회가 있기 때문에 두번 갈 것을 하나로 잘 준비해서 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 양국은 가장 이른 시기에 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외교적 비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김 수석은 "사전에 미국 측에 이해를 구했으며, 향후 한미간 상호 편리한 가장 이른 시기로 방미 일정을 재조정하기로 합의했다"며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이 연기됐다고 하더라도 미국 측과 이번 방문의 주요 안건인 한반도 정세 관련 및 동북아 외교환경 변화, 경제협력, 한미간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노력은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방미를 진행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쉽게 가늠할 수 없을만큼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야 정치권은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연기하거나 일부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의 방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8~9일 전국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박 대통령의 방미 찬반을 물은 결과 '순방을 연기해야 한다'가 53.2%로 절반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외교적 비용이 발생하기는 하겠지만 사회적 비용은 어머어마할 것이다.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이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대통령이 미국을 안 가는 것에 그치지 말고 국민들에게 더 신뢰를 줄 수 있는 행보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방미 연기로 크지는 않겠지만 우리로서는 미묘한 외교적 비용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당장 방미 기간 확정됐던 주요 인사들과 면담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는 데 따른 워싱턴 정가의 부정적 여론 확산 및 경제적 비용 낭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에 새누리당도 외교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14일로 예정했던 미국 방문을 연기한 것은 메르스 사태가 국민들에게 끼친 사회, 경제, 심리적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한미 간에는 어떠한 외교적 손실도 발생하지 않도록 후속조치를 면밀히 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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