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1대1 매칭' 세무공무원이 자가격리자 관리
격리 대상자에 "열 나나" "집에 있나" 묻는게 전부
조합원 행사 참여도 안했는데 격리자로 관리 '황당'
"서울시의 자가격리 조치는 감염 예방 목적이 아닌 정치적 이벤트다."
개포동 재건축총회 참석자 1565명 전원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취한 서울시를 두고 격리 대상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1대 1 매칭을 통해 격리 대상자에 대한 체계적 관리를 하겠다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언과 달리 서울시가 뒤늦게 후속조치에 나서면서 격리자들의 불편이 가중, 볼멘소리가 불거져 나오는 모양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 브리핑을 개최하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의사가 개포동 재건축총회 행사에 참석해 그 자리에 모인 1565명이 위험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시는 참석자 1500여명의 메르스 감염이 우려된다는 박 시장의 발표에 따라 참석자 전원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격리 대상자와 공무원 간 1대 1 매칭과 모니터링을 통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격리 대상자들은 서울시가 발표내용과 달리 미숙한 조치 이행으로 격리자 관리에 허술함을 드러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시가 그야말로 전형적인 ‘전시행정’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재건축총회 행사에 참석해 현재 서울시의 자가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한 격리자에 따르면 서울시는 박 시장의 발표가 있고 난 뒤 최초 2일간은 아무런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격리자들 사이에서는 박 시장이 임의대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한 뒤에 발표 내용과 달리 미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가격리 대상자를 관리하는 담당 공무원들은 전화상으로 열이 나는지, 집에 머물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전부여서 사실상 행정편의적인, 의미 없는 전화 확인이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박 시장이 격리 대상자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이상이 있을 경우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고, 자택에서의 행동 수칙과 관련한 충분한 안내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주문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 서울시가 대리참석자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아 엉뚱한 사람이 자가격리 대상자로 관리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담당 보건소에서는 ‘내 구역 소관이 아니다’며 서로 떠넘기기 바쁘다는 게 격리 대상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일부 격리자는 서울시와 관할 보건소는 물론 대리참석자의 주소지에 따른 관할 보건소에까지 수차례 항의, 결국 자가격리가 끝나는 시점이 다 돼서야 자가격리통지문을 받고 1대 1매칭도 이뤄지게 됐다.
격리자들은 1대 1 매칭 관리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보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부서의 공무원과 매칭이 이뤄져 ‘과연 서울시가 격리자들을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입장이다.
실제 '데일리안'이 접촉한 한 격리 대상자의 경우에는 자치구청의 세무과 공무원과 연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밖에 격리자들은 당초 12일까지 격리 일정을 지정해놓고 3일만에 13일로 격리시기를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는 한편, △휴업 시 자녀를 돌보는 문제 △식자재 등 생계물품 지원 문제 △자영업자의 손해배상 문제 △직장인의 유급휴가처리문제 등에 대해서도 서울시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포동 재건축조합원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현재 이 같은 서울시의 행정을 지적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조합원 외에는 가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어 글의 내용을 볼 수는 없었지만, 카페 자유게시판에는 ‘능동감시자로 변경시켜 달라고 했더니 증명하랍니다...’, ‘여러곳에 민원 좀 넣어주세요’, ‘현재까지 자가격리에 대한 부당함 정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심지어 박 시장에 대해 퇴진운동을 해야한다는 취지의 제목이 달린 글도 올라와 있다.
실제 한 격리자는 “준전시상황이라면서 서울한복판에서 동성애퀴어축제를 허용한 것을 보고 허탈감을 느꼈다”며 “이러니 자가격리가 감염예방 목적이 아닌 정치 이벤트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무원시험 강행도 13만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인데 참 모순이다”라며 “시장은 진정 감염 예방을 걱정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저 1565명이라는 상징적인 숫자가 필요했는가”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실제 서울시는 10일 메르스 관련 정례브리핑을 통해 13일에 예정된 공무원 시험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자가격리자의 응시와 관련해서는 서울시공무원이 직접 방문해 자택에서 시험을 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놓고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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