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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 월드의 공룡들이 메르스를 먹어치울까


입력 2015.06.12 09:56 수정 2015.06.12 09:58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메르스 공포 이기고 영화관 찾을지 주목

영화 '쥬라기월드' 스틸컷.ⓒUPI코리아

난데없게 메르스의 파고를 공룡이 넘어설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메르스에 대한 심리적 반등의 신호로 해석될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쥬라기 월드'때문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공간이라면 어디나 기피하는 상황인지라 관련 산업이나 업계 종사자들은 울상이고, 다른 문화예술공간과 마찬가지로 극장도 예외는 아니다. 단적으로 반토막이 난 관객수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개봉작 '쥬라기 월드'는 이와는 다른 결과를 낼까. 개봉 첫날 27만명이 관람해 더욱 기대감을 높였으니 말이다.

대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아이와 함께 하는 문화활동이 많다. 메르스 때문에 벌어진 많은 대외 활동의 위축은 아이들에 대한 감염을 우려하는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이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공룡의 인기는 대단하기 때문에 부모들의 '쥬라기 월드'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 메르스가 창궐하기는 하지만, 만약 아이들이 정말 원하는 콘텐츠라면 부모의 처지에서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학교가 휴업을 하는 조치는 집단적 감염을 우려한 것인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쥬라기 월드' 개봉관으로 몰려가야 한다. 그렇다면 뭔가 결단이 필요하겠다. 즉 트레이드 오프할 수 있는 대상인지 판단해야 한다. 메르스 감염을 각오하고 공룡이 나오는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중요한 것은 가치의 교환성 문제이다.

이타마르 시몬슨 등이 저술한 '절대 가치'에 따르면 갈수록 사람들은 상대적인 가치의 소비를 줄이고, 절대 가치의 소비를 늘린다고 했다. 자신이 절대적으로 좋게 생각하는 가치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는 불변의 신뢰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마니아문화나 오타쿠 문화와 닮은 점일 것이다.

한번 자신에게 큰 가치를 지니는 것은 어떤 일이 있어도 손에 넣고야 만다. 엑소의 앨범이 여러개를 쪼개어 만들어도 많이 팔리는 이유이다. 다른 이들이 뭐라해도 자신에게는 가치가 충분하면 그것으로 만족하기 때문이다. 설령 처음에는 다른 요인들 때문에 흔들려도 곧 많은 정보와 평가를 통해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고, 그에 따라 선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룡은 인기 아이템이지만, 무조건 선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첫번째 작품의 시각적 충격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2편과 3편은 그 존재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실망감을 준 측면이 있다. 이번 '쥬라기 월드'는 공룡 붐을 일으킨 20여년전으로 돌아가 '쥬라기 공원'의 컨셉이나 설정을 적절하게 버무려 내면서 좀 더 관객들이 봐야할 이유를 강화했다. 옛생각을 겹쳐 복고적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분명 부모세대까지 포괄하겠다는 것이다. 단지 이렇게 향수에 의존해서는 절대 가치를 지켜낼 수는 없다. 공룡이 선호되는 배경과 원인에 좀 더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왜 공룡이 늘 인기를 끌고 있는지 그 배경에 대해 항상 견지해야 한다. 공룡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본능적이다. 우선 인간은 거대한 존재에 대해 경외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자신이 미약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수록 그러하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힘이 강하고 키도 크며 몸집이 우람한 존재를 선호한다. 동물중에 대표적인 것이 공룡이다.

더구나 공룡은 현재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동물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신비롭다.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미스터리를 담고 있는 동물이다. 갈수록 기술의 발전으로 그들의 진면모가 드러나는 것을 추적해 가는 것은 흥미를 매우 유발한다. 공룡은 그 캐릭터가 너무 다채롭다. 다채로운 공룡 캐릭터들은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를 잘 충족시켜줄수록 큰 인기를 끌만하다.

다만, 아무리 공룡에 대한 선호가 커도 새로운 캐릭터들을 더 다양하고 폭넓게 보여주지 않는다면 주목을 끌기 쉽지 않다. 특히 20여년전의 '쥬라기 공원' 때와 달리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공룡 콘텐츠가 매우 많아졌다. 초기에는 '쥬라기 월드'에 대해 절대강자 관점에서 관람객이 많을 것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적은 시간대나 접촉이 적은 위치를 점하는가하면, 일찍 관람을 마친후 서둘러 귀가하는 행태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위험 감수적인 행태를 딛고, 영화관을 선택할만한 절대 가치의 콘텐츠 인지 입소문이 판가름할 것이다.

행태학적인 차원의 프레임이나 브랜드, 명성 자체에 함몰되어 위험 감수적인 태도를 보이는 소비자들은 이제 사라지고 있으며, 있더라도 그 영향력은 줄어드는 상황이다. 절대적으로 선호되는 상품이나 서비스, 콘텐츠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가설을 '쥬라기 월드'가 충족시킬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에는 메르스 사태가 빨리 진정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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