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대책본부장의 퀴어축제는 OK, 다른 민간 행사는 NO?
서울시 '부실공문' 자치구에 보내 시민단체 행사 중단
"시공문이라 시주관 행사만 연기하라 인식할줄 알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밤 ‘긴급브리핑’을 통해 ‘메르스대책본부장’을 자처한 뒤 각 자치구에 내린 ‘부실 공문’으로 일부 시민단체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서울특별시 공원녹지정책과에서 각 자치구에 내려보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관련 공원행사 전면 잠정연기 통보’ 공문에는 “메르스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한 우리시의 다각적 조치의 일환으로 공원(산림 포함)내 대시민 행사 및 프로그램 추진을 전면 잠정연기 하오니, 즉시 조치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공문에는 대시민 행사를 진행하는 주체를 명시해 놓지 않아 공문을 받은 자치구에서는 민간이 주최하는 대시민 행사까지 전면 연기 및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2일 한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시의 공문발송 이후 8~12일까지 예정된 시민단체의 장소사용 신청 3건이 이미 취소됐다. 이 자치구의 한 공원을 이용하려 했던 한 시민단체는 6월 말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취소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 자치구에 의해 계획했던 행사가 취소된 일부 시민단체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측에서 서울광장 장소사용을 승인한 ‘퀴어축제’의 경우 이를 둘러싸고 찬반 단체들까지 엉겨 붙어 대규모의 집회가 이뤄졌는데 그에 비해 소규모인 행사를 금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데일리안’과 만나 “6월 말 행사인데 그 즈음이면 메르스가 잠잠해질수도 있는데 취소됐다. 퀴어축제는 저렇게 크게 하는데 왜 우리 행사는 취소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메르스가 퍼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고 취소 통보를 받아서 수긍했지만 퀴어축제를 보면 형평성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 5일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포함해 이번 주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한 8개 민간단체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아 메르스 확산 우려를 표명, 자제를 요청한 것처럼 ‘자제’수준에서 끝났어야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제기에 서울시 측은 서울시가 주관하는 행사만 전면 연기하라는 내용이었다면서 시나 자치구가 민간 행사를 강제로 연기하거나 취소할 권한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시 측은 메르스로 인해 사람이 운집하는 것은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서울시가 주관하는 실내외 행사, 소규모 교육프로그램들을 대상으로 중단을 요청했는데, 이런 오해 소지가 발생할지 몰랐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서울시나 자치구가 민간이 하는 행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권고는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저희가 주관하는 행사는 서울시가 주관이니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다. 민간에 자제 요청은 하지만 행사 취소 중단 여부는 시민단체의 몫”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공문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실무를 처리하는 자치구에서 오해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이와 관련된 문의가 없어서 파악을 못하고 있었다”면서 “서울시에서 내려보낸 공문이기 때문에 당연히 서울시 주관 행사만 전면 연기하라는 내용으로 인식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른 자치구에도 이런 사례가 있을 수 있으니 재차 확인해 볼 것”이라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각 자치구는 메르스와 관련된 보건 당국, 서울시 등으로부터 수많은 공문을 받고 있어 해당 공문들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본보에 "(메르스 사태이후) 너무 많은 공문을 받다보니 모두 체크를 못하고 있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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