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EPL 쇄국정책' 하나 지키려다 둘 잃는다


입력 2015.06.24 05:12 수정 2015.06.24 08:41        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엽 객원기자

FA, 홈 그로운 제도 강화..EPL 클럽 반발

리그 전체 수준저하-클럽대항전 부진 우려

해리 케인(21·토트넘)도 몸값이 4000만 파운드(약 699억 원)를 훌쩍 넘었다. ⓒ 게티이미지

잉글랜드축구협회(FA)의 로스터 개혁안이 나오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에 비상에 걸렸다.

그렉 다이크 회장은 지난 3월 기존 ‘홈 그로운(Home Grown)’ 제도를 더욱 강화해 25인 로스터에 변화를 주겠다고 예고했다. 홈 그로운 선수에 대한 기준 강화를 통해 외국계 선수들이 점령한 EPL에서 자국 선수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현행 홈 그로운 제도는 25인 로스터에서 최소 8명의 홈 그로운 선수가 등록돼야 한다. 21세 이전 선수가 잉글랜드 및 웨일스 구단에서 3년 이상 뛰었다면 홈 그로운 선수로 인정되며, 이는 잉글랜드와 웨일스 국적이 아니더라도 동등한 자격을 갖게 된다.

새로운 홈 그로운 제도는 21세 이전이 아닌 18세 이전에 3년 이상 잉글랜드, 웨일스 구단에서 뛰어야 하며, 최소 2명의 홈 그로운 선수들은 반드시 소속팀 클럽(유스)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또 25인 로스터에서도 홈 그로운 선수를 8명에서 12명까지 대폭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에 많은 클럽들이 반발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비중이 많은 빅클럽들의 불만이 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제외한 첼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아스날, 토트넘, 사우스햄튼 등 상위권에 있는 팀들은 최소 3명에서 7명까지 홈 그로운 선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어떤 팀이든 2군과 유스 클럽을 동원한다면, 충분히 25인 로스터는 꾸릴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논-홈 그로운 선수를 타 클럽에 헐값에 내보내야 하는 문제와 함께 스쿼드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새로운 정책은 홈 그로운 선수들의 몸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놨다. 이적을 선언한 라힘 스털링(21·리버풀)의 몸값은 당초 1800만 파운드(약 320억 원)에서 현재 5000만 파운드(약 878억 원)까지 치솟았다. 해리 케인(21·토트넘)도 몸값이 4000만 파운드(약 699억 원)를 훌쩍 넘었다.

문제는 또 있다. FA의 자국 선수 보호는 이해할 만하지만, 자국 유스 선수들이 스페인이나 중남미 어린 선수들에 비해 실력과 몸값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홈 그로운 제도를 더 강화할 경우, 지금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유럽클럽대항전에서 더욱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FA의 쇄국정책은 현재 영국의 이민자 정책 문제와 비슷한 흐름을 타고 있다. 영국이 EU 탈퇴(브렉시트, Brexit)를 언급한 이유 중 하나는 분담금 문제와 함께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FA의 쇄국정책과 브렉시트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EPL에 오는 외국인은 모두가 탐내는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이상엽 기자 (4222131@naver.com)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상엽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