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둘러싼 새정치 내분의 시작은 김경협
최재성 카드 반발, 혁신위 물갈이설, 정청래 막말...결국 기·승·전·공천
‘6월 둘째주중’ ‘셋째주 금요일(20일)’ ‘다음주 월요일(22일)’, ‘23일’…
"곧 발표하겠다"던 인선은 계속 미뤄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 인선은 그저 ‘인선’ 아니었다. 비노계의 반발, 그리고 '최재성 카드'를 무를 생각이 없는 문재인 대표 간 기싸움으로 시간은 기약없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재성 카드'의 비노계발 반발의 시작을 거슬러올라가보면 사실 ‘김경협 의원’이었다.
지난 2월 문재인 지도부의 첫 인선은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을 낳았다. 탕평 인사를 약속하며 당직별 계파 분배를 실천했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조직과 돈, 즉 ‘공천권’이었다. 통상 인사와 재정을 담당하는 수석사무부총장은 당 조직 관리를 비롯해 각종 선거에서 자금 및 공천 실무에 깊숙이 관여한다. 문 대표는 이 자리에 친노계 핵심 인물인 김 의원을 앉혔다. 비노계의 반발이 일었지만, 지도부 내에선 대표가 나름대로 탕평인사를 실시한 만큼, ‘그 정도는 대표 몫으로 넘겨주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호남·비노계를 대표하는 주승용 최고위원은 "관행상 1등 최고위원이 수석사무부총장을 추천해왔다"며 인선을 반대했다. 비노계 인사들도 “친노패권주의의 전형”이라며 날을 세웠다. 향후 공천 과정에서 또다시 친노발 물갈이가 진행될 거란 불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4.29 재·보궐선거 참패가 현실화되자, 비노계와 주 최고위원은 패배 이유를 ‘친노패권주의’로 규정, “나라도 책임지겠다”며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동료 의원들이 여러차례 만류하면서 그 역시 사퇴 의사를 접는 듯 했지만, 주 최고위원은 공식석상마다 사퇴를 언급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퇴하지도 않을 거면서 사퇴한다고 공갈친다.”(5월 8일 최고위원회의)
부글부글 끓던 비노계에 기름을 들이부은 건 정청래 최고위원이었다. 선전포고나 다름 없었다. 주 최고위원을 공격한 그는 즉시 ‘친노’로 규정됐고, 비노계는 물론 상임고문들까지 나서 징계를 촉구,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내분으로 제1·제2최고위원이 모두 빠진 최고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될 리 만무했다. 원외 원로들은 연일 대표 사퇴를 촉구했고, 이 자리에서 ‘총선 지분 6(주류) 대 4(비주류)’ 발언이 나왔다. 또 공천권이었다. 당은 격량에 휩싸였다. 갈등 수습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친노 인사로 분류된 김 위원장과 조국 교수를 향한 비노계의 시선은 싸늘했다.
여기에 혁신위가 ‘공천 쇄신’이라는 금기어를 내뱉자마자 당은 술렁댔다. 문 대표가 혁신위를 앞세워 지난 2012년 한명숙 대표 당시의 ‘공천 학살’을 재현할 거란 분노가 퍼졌다. 이번엔 친노계 김경협 의원이 나섰다. 한 네티즌이 혁신위를 두고 “무늬만 혁신, 문재인 친노패권강화, 총선참패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하자 김 의원이 "새정치연합은 김대중, 노무현 정신계승. 친DJ, 친노는 기본 당원의 자격임. 비노는 당원자격 없음. 비노는 새누리당원이 잘못 입당한 것"이라며 “새누리 세작들이 당에 들어와 당을 붕괴시키려하다가 들통났다”고 퍼부었다. 양 측의 갈등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었다.
공천 지분 싸움으로 시작된 감정싸움에선 다른 이유도, 공통의 가치도 찾기 어려웠다. 문 대표가 신임 사무총장직에 최재성 의원을 앉히려 하자, 비노계의 표를 업고 당선된 이종걸 원내대표가 ‘절대 불가’를 선언하면서 인선은 계속 지연됐다. 대안을 달라는 요구에 비노계는 “차라리 ‘대놓고’ 친노를 앉히라”며 친노계 핵심 인사인 노영민 의원을 추천했다. 추후 당내 문제와 총선에 대한 모든 책임을 문 대표에게 쏟아붓기 위해선 ‘애매한’ 범친노보다는 핵심 친노가 낫다는 논리다. 대안이 마땅치 않자, 3선의 김동철 의원 등 다수의 이름도 거론됐다.
세 번을 미루며 약속한 23일이 다가왔지만, 새정치연합은 아직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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