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의 세상읽기>아직도 고삐 늦추거나 낙관해선 안돼
메르스 사태는 명백히 초등대응 실패다. ‘지역감염이 없다. 공기감염이 없다’라는 것에 집착한 나머지 2m 이내에 1시간 이상 함께 한 사람들만 격리 조치한 최초의 기준이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국민들이 메르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초 격리망을 합리적으로 강력하게 설정했다’, ‘전염력이 대단히 낮다’, ‘1, 2, 3차로 갈수록 전염력이 떨어진다’ 등 정부와 보건당국의 낙관적 전망과 희망적 관측은 슈퍼 전파자의 역할을 했다
메르스 사태를 복기해보자. 초기에 차단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세 번 있었다. 이런 골든타임을 제대로 잡아 방어선을 강력하게 쳤다면, 메르스는 조기에 생명을 다했을 것이다.
1차 방어선은 5월 20일 1번 환자가 최초로 확진이 되었을 때, 그가 며칠 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을 포함한 모든 병원들을 코호트 격리하는 것이었다. 그랬으면 평택성모병원에서 막을 수 있었을 것이고,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감염자도 30명 이내로 막을 수 있었다.
2차 방어선은 5월 27일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을 때, 메르스를 최초로 확진한 병원답게 그를 철저하게 격리하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이라도 코호트 격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랬으면 삼성서울병원에서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확진자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국내 최고·최대의 병원이 메르스 공격에 무너졌다. 삼성서울병원은 오만했고, 정부는 무능했다. 병원의 대처는 부실했고 보건당국은 그런 삼성서울병원에 끌려다녔다. 마치 국민 위에 삼성서울병원이 있고, 삼성서울병원 밑에 질병관리본부가 있는 것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마지막 3차 방어선은 1차, 2차 방어선이 뚫린 직후에 전면적으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메르스가 최초 확진된 후 19일이 지나서야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감염병 예방법도, WHO의 가이드라인도 무시됐다.
미국은 작년 5월 메르스, 10월 에볼라 발생시 병원과 환자의 동선 등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 홍콩은 2003년 사스 발생 당시 즉각 치료병원 명단을 공개해 전염 확산을 막았다. 이런 해외의 경험도 우리 정부에게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메르스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확진자가 줄고 있지만 계속 나오고 있다. 최대잠복기를 지난 확진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가족 감염과 4차 감염들이 계속되고 있다. 고삐를 늦추거나 섣부르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
글/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