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교도 걸려? 그럼 과티 입은 동영상도 음란물?
<김헌식의 문화 꼬기>청소년을 능동적인 자기결정권 가진 존재로 봐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의 교복 관련 법조항은 없어질 운명이다. 2015년 6월 25일, 헌재에서 5대4라는 법관들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물론 아청법은 합헌으로 헌재의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한 사람의 재판관의 판단 차이로 성인 연기자의 교복 착용 성적 행동이 담긴 영상물은 음란물로 판결이 났을 뿐이다. 이는 간통죄가 과거에 한 명의 재판관이 적어서 합헌 판결을 받은 것과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간통죄와 교복관련 법조항이 꼭 같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좀 더 따져봐야할 문제일 것이다. '아청법' 제2조 5항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사람·표현물이 성적 행위를 하는 영상 등을 아동·청소년이용 음란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음란물을 배포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소지하고 있을 때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표현의 자유에 과도한 제한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의식 수준이 높아질수록 해당 법조항은 설득력을 잃게 될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 창작을 지나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화 미디어 수용자들의 권리도 침해할 수 있다.
이런 법 논란의 출발은 교복이 갖는 상징성에서 비롯한다. 교복은 말 그대로 학교의 의복으로 학교 제복 혹은 유니폼이다. 보통 학교소속이라면 입어야 하는 옷이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학교의 학생이면 누구나 지정 교복을 착용해야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복은 미성년자의 상징이 되었다.
학생이면 교복을 입히며, 그들이 미성년자가 대부분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더구나 대학생은 교복을 입지 않으니 말이다. 대학생의 상징은 학과 점퍼나 과티정도이겠다. 교복이 없어지면 아청법도 쓸모 없게 될 것이다. 교복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일선 학교의 규정이 있는한 아청법의 관련 조항은 여전히 효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청소년 보호법에서 규정하는 청소년은 대학생을 포함한다. 즉 여기에서 청소년은 미성년자를 의미한다. 이런 조항에 따른다면, 학교 점퍼나 과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옷을 입고 나오는 대학생 연기자는 물론 성인 연기자의 콘텐츠는 청소년 보호법의 성년 규정에 따른다면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성인을 만 24세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미 대학생 캐릭터가 등장하는 성적 영상물도 음란물이 된다. 이런 점은 음주에 관한 아이유법 논란에서 잘 보여줬다.
미성년자인 청소년을 성적인 욕망 충족의 대상으로 삼는 콘텐츠는 문제다. 특히 교복의 상징성 때문에 이는 우려될 수 있겠다. 하지만 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즉 미성년자 청소년들을 음란적인 대상으로 삼는 구체적인 실현성과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 즉 정말 성적 대상화와 도구화의 결과물의 원인이 되는지 성립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특히, 문화예술작품이나 콘텐츠의 경우에는 창작의 자유가 있고, 시민들에게 문화향유권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창작의 자유만 이야기하지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문화 향유권이 위축되는 것도 곤란하다. 왜냐하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분별하고 수용가능한 장면까지 재단하며 컨텐츠 창작 자체를 훼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작품은 물론 사소한 디지털 컨텐츠라 해도 부분적인 설정이나 장면 몇컷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맥락에서 판단할 해야한다. 오히려 무분별한 교복 설정의 음란물과 차별화되는 작품까지도 같이 묶어 규정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한 창작적 시도들 마저도 위축시킬 수 있다. 현실에서는 법을 비웃으며 교복 활용의 음란물이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률적인 구속의 강화는 오히려 이런 컨텐츠에 대한 음성적인 가치를 물려주는 역설적인 현상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청소년을 어떠한 존재로 규정하는가도 중요할 것이다. 능동적인 자기결정권의 존재로 생각할수록 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새로운 이익과 기득권을 챙기려는 이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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