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친박이 천박해졌다'는 말 나와"
"친박 의원들, 내년 총선에 있어서도 좋지 않을 것"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6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향해 "'친박이 천박해졌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며 직격했다.
이 교수는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유 원내대표의 사퇴가 오늘 내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친박계 의원들이 성명서 발표 등 집단행동을 하겠다고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데 대해 "솔직히 친박 의원들이 그렇게 소란스럽게 떠드는 게 좋아 보이느냐. 품위가 떨어진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모습을 보이는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 있어서도 (결과가) 그렇게 좋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유 원내대표가 밀려서 사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7월 중 원내대표로서 처리해야할 안건들이 있다. 이런 것을 일단 처리하고 여론의 추이를 보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청와대와 이런 대치관계에서 원내대표가 장기적으로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나중에는) 물러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서도 돌직구를 날렸다.
그는 지난 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식에서 박 대통령이 정의화 국회의장의 '한 번 뵙고 싶다'는 요청을 외면했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 "아베 총리를 만났을 때 외면한 것과 비슷한 모습을 보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 의장은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을 6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에 부치겠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실 일국의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게 굉장히 우스운 것"이라며 "6월 25일 발언도 조리도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고, 대통령이 단순히 감정이 폭발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보기에는 조금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유 원내대표를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고 비판하는 등 날을 세웠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이번 사안이 내년 총선 공천 문제와 연관이 있다면서 김무성 당대표가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하는 등 공천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국회의원과 기초자치단체장은 지도부가 어떻게 정하느냐에 대한 여유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 등은) 전략공천도 가능하고 비례대표도 있다. 어떤 식의 경선을 하는지도 당 지도부가 결정하게 돼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 지도부가 사실상 움직이는 공천위원회가 상당히 많은 재량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김 대표가 어느 자리에서 현재 의원들에 대해 불만을 피력한 언급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듣고 있다"며 "그래서 아마 내가 느끼기에 청와대는 친박 최고위원들을 통해 김 대표를 견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에 반해 정두언 의원이나 이혜훈 전 의원 등이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데 대해서는 "전에는 볼 수 없던 현상"이라며 "이분들의 공통점은 자체적으로 지명도가 있고 경쟁력이 있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공천권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특히 지역과 사정에 따라서는 '박근혜 브랜드'가 오히려 네거티브로 작용하는 곳도 많이 있다"며 "그럴 바에야 자신이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는 게 오히려 유권자에게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교수는 새누리당 내 비박과 새정치민주연합 내 비노(비노무현)가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는 데 대해 "(양당에서) 진영논리에 갇힌 현상에 염증을 느끼는 분들이 있다"며 "제3당,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대통령 쪽에 있던 김광두 교수와 문재인 캠프에 있던 김상조 교수가 이끄는 연구소가 얼마 전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공통 세미나를 했다"며 "여기에 이 전 의원과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이 같이 참석하지 않았느냐. 굉장히 상징성 있는 모습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대통령의 외골수 (행태), 새정치연합이 (계파갈등) 고착상태에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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