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재의의 건이 상정된 후 잠시 본회의장 밖으로 나오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6일 '자진사퇴'에 뜻이 없음을 밝히면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이 다시금 '사퇴 압박'을 위한 대열을 갖췄다. 앞서 친박계 의원들은 국회법 개정안 논란의 중심에 선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 시한을 해당 개정안이 재의결에 부쳐지는 이날, 그 다음날인 7일로 잠정 확정한 뒤 그의 '명예로운 퇴진'을 위한다는 명분 하에 사퇴 촉구 목소리를 낮춰왔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사퇴 불가'를 표명하면서 이날 곳곳에서는 그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촉구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 의원들의 요구와 관련 일찌감치 거절 의사를 표했다. 그는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취와 관련해 오늘 의원총회에서 입장을 밝힐 계획이냐"는 질문에 "안하겠다"고 답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이에 대해 같은 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사퇴에 관한 '강경한 입장'을 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내일(7일) 오전까지 유 원내대표가 거취 표명을 하지 않는다면 (거취 관련) 의총을 열겠다"고 말했다. 이미 김 의원은 의총 소집 요건인 '당 소속의원 10분의 1(16명)'의 서명보다 더 많은 30여명의 서명을 받아놓은 상태다.
당초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논의하는 의총은 친박이든 비박(비박근혜)이든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었다. 유 원내대표가 재신임을 받을 땐 박근혜 대통령이, 반대로 박 대통령의 손이 들릴 땐 유 원내대표가 정치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내 분란을 외부에 여과없이 내보일 수 있다는 위험도 있는 만큼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는 의총은 지양됐었지만 친박계 의원들은 정면돌파를 하지 않으면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를 풀지 않으면서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김무성 당대표도 이날 유 원내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한 모양새를 띠었다. 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후 유 원내대표와 따로 만나 15분간 대화를 나눴다. 서 최고위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내가 (유 원내대표에게) 몇 마디 했지만 공개할 수 있겠느냐"며 "유 원내대표와 나눈 얘기를 말하는 건 온당치도 않고 예의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서 최고위원은 유 원내대표가 친박이었던 시절부터 매우 가까운 사이로, 이러한 인연 때문에 그간 유 원내대표에 대한 쓴소리를 최대한 자제해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더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파악된다.
뒤이어 김 대표 또한 유 원내대표와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는 서 최고위원과의 만남이 끝난 유 원내대표와 함께 국회의장실을 찾아 이날 열릴 본회의 의사일정을 협의한 후 원내대표실에서 따로 30분간 얘기를 나눴다. 김 대표는 면담을 끝낸 뒤 기자들이 "무슨 얘기를 나눴느냐"고 하자 "아무 말 안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하지만 김 대표가 "원내대표가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만큼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 결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점심 때는 당내 1940년대 출생 의원들의 모임인 '국사회'가 오찬회동을 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인제 최고위원과 친박계 서상기, 김태환 의원, 친이(친이명박)계인 이재오 의원 등이 모인 초계파모임인 만큼 유 원내대표 사태에 대한 해법이 나올지 주목됐다. 이들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우리가 (그 일에 대해 이 자리에서) 논의하는 게 맞지 않는다"(이 최고위원)며 입을 닫았지만 중진급들이 대거 모인 만큼 당내의 가장 큰 사안에 관해 서로의 입장을 교환했을 것으로 추측됐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겨냥한 친박계 등의 움직임이 이 같이 커지긴 했지만, 사퇴를 촉구할 '명분 있는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결국에는 '유승민의 입'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친박계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이날 '데일리안'과 만나 유 원내대표 사태가 어떻게 정리될 것인지에 대해 "(친박 의원들은) 의총을 소집하는 건 여러 모로 모양새가 좋지 않기 때문에 유 원내대표가 판단해 자연스럽게 정리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유 원내대표가) 안 나가는데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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