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이희호 여사 초청 목적은 남한 당국 '따돌리기'
"당국 간 대화 소극적인 북, 이희호 여사 초청해 '남남갈등' 유발 목적"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이희호 여사 초청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 당국 차원의 남한 당국 ‘따돌리기’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북한이 워낙 소극적이다. ‘가리워진 길’이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이 가사가 현재 남북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한 만큼 현재 북한은 산적해 있는 남북 당국 간 현안에 대한 협의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남한 당국은 북측이 요구하고 있는 5.24조치 해제와 관련, 대화를 통해 논의해보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 당국은 이와 관련된 대화 제의를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개성공단의 임금문제와 관련된 당국 간 대화도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홍 장관이 북한 가뭄 상황에 대해 지원의사를 밝혔음에도 북한은 이란 측에 가뭄 대응 장비의 긴급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이희호 여사를 초청하고, 이를 통해 남북이 만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남한 당국에 남북관계 파탄의 책임을 돌리려는 행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남한 당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남남갈등’을 유발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7일 데일리안에 “북한이 추구하는 것은 한국정부 배제 정책의 일환으로 당국과 민간을 분리시키는 전략”이라면서 “북한에 우호적이였던 김대중 대통령의 분신인 이희호 여사를 불러 박근혜 정부와는 선을 긋겠다는 시그널을 보인 것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여론은 ‘도대체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하는 것이 뭔가’라는 비난을 가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원장은 “북한은 남한에 우호적인 인사, 세력들과는 협조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국내 정부·집권여당과 남북화해를 강조하는 세력 간 갈등을 유발시키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당국 간 대화는 회피하고 있는데 이희호 여사의 방북은 이에 대한 연장선상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정은이 지난해 12월 24일 이희호 여사에게 “좋은 계절에 평양에 오셔서 편히 쉬다가시라”라는 내용의 친서까지 전달한 것도 민간을 통해 북한체제를 선전하고 아울러 북한 당국의 요구사항까지 전달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한 국책연구소의 전문가는 본보에 “북한이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이희호 여사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 여사가 기본적으로 햇볕정책주의자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북한 당국 차원에서 남한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북한 당국이 남한 당국 간 협의를 계속 회피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민간을 불러들이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남한사회에 알릴 목적”이라면서 “이 여사가 김정은까지 만나면 김정은은 이를 통해 북의 요구사항을 전달하려 할 것”
유 원장도 “결국 남한의 민간과 정부 간 싸움을 붙이려는 것이 북한의 속셈”이라면서 “민간인인 이희호 여사가 돌아와서 남북화해를 말하는데 당국은 이와 관련된 활동이 없다면 사회적으로 ‘남남갈등’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의 단순한 체제선전용 초청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에 “북한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체제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 인사들을 최대한 배려해 체제선전을 한다”면서 “이 여사는 6.15공동선언, 남북정상회담을 이끈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북한 체제에 도움이 되는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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