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내준 김무성 '오픈 프라이머리'도 물 건넜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가 '유승민 사태' 본질
실현되긴 어렵지만 반대 목소리 나오기도 어려워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일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비박(비박근혜) 지도부 체제'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의 실현 여부가 김 대표 체제 존속 여부의 척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 방식으로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려 하고 있지만 친박(친박근혜)계는 이와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김 대표는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 당시 "공천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언했던 김 대표는 지난 4월 9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포함된 보수혁신위원회의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관철시켰다. 김 대표가 이 같이 완전국민경선제를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자신이 '공천학살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데일리안'과 만나 "18대 때는 친박이라고, 19대 때는 탈박이라고 공천에서 탈락했었다. 정치인에게 공천 탈락은 사형선고"라며 "김 대표는 이런 두 번의 경험이 마음에 사무쳤고, 한 나라의 훌륭한 의원들을 뽑는 데 있어 더 이상 계파갈등이나 사사로운 감정이 절대 개입돼선 안된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다음날 이군현 사무총장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향해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김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총장은 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는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여야 동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고, 4월 2일 같은 당 소속 이학영 의원이 대표 발언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직접 서명까지 했다"며 "19대 국회서 국민공천제 도입이 반드시 관철될 수 있게 논의해달라"고 말했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는 '미래권력' 싸움?
그러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완전국민경선제의 치명적 약점은 '역선택'이다. 이를 막으려면 여야가 동시에 경선을 해야 하는데 '문재인 지도부'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실제 새정치연합은 지난 4월 13일 20대 총선 공천 방향을 발표하면서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대신 경선 시 선거인단 구성 비율을 현행 권리당원 50% 이하, 유권자 50% 이상에서 권리당원 40%, 국민 60%로 조정하고 전략공천 비율도 30%에서 20%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단독으로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논의한다며 지난달 1일 '국민공천추진 태스크포스(TF)'까지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 논의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 끝까지 가더라도 논의를 통해 나온 결과가 당에 관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완전국민경선제는 당원 구분없이 선거에 참여해 지역일꾼을 뽑는다는 게 목표이지만, 오히려 참여율이 낮아 조직표가 공천을 좌우, 현역 기득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대로 보면 현역의원들에게는 굉장한 이점이지만, 친박계는 이를 바라보는 눈이 탐탁찮은 것으로 알려진다. '살아있는 권력(친박)'의 공천 개입 여지가 완전히 없어진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이번 '유승민 사태'의 속을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김 대표의 완전국민경선제 관철과 이를 막으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싸움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래권력'을 놓고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황 평론가는 "김 대표가 사실상 완전국민경선제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명분으로 내세워 박 대통령이나 친박의 공천 간섭을 배제하려 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런 면에서 유승민 사태의 본질은 박 대통령이나 친박이 김 대표를 향해 '관여를 막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박 대통령에게 있어 내년 총선은 미래권력에게 당의 마당을 내줄 것이냐, 당을 장악하고 갈 것이냐의 기로인 것"이라며 "당내 친박이 소수인 가운데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대표의 완전국민경선제 추진이 당을 장악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애초 생각대로 관철은 어려울 듯"
야당이 완전국민경선제에 뜨뜻미지근한 입장이라 이를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도 위와 같은 분석에 근거를 더하고 있다. 김 대표 측은 이런 시각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언급된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공천권을 쥐려고 생각했다면 왜 완전국민경선제라는 어려운 길을 택하겠느냐"며 "순수성에 대해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전문가들은 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학과 교수는 "총선까지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날이 갈수록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박 대통령, 친박은 완전국민경선제를 하면 '주인 없는 당'이 된다고 생각해 김 대표와 부딪힐 여지가 있는 만큼 김 대표가 애초 생각했던 방안대로 완전국민경선제가 관철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완전국민경선제가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한편 정치개혁이라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가 교수는 "전당대회 당시 완전국민경선제를 핵심으로 내놓은 대표를 뽑아놓고 이를 하지 말자고 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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