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시카고' 최정원 옥주현 그리운 이유는
섹시함 완전 무장 '장점' 불구
가창력·연기력은 기대 이하 평
뮤지컬 '시카고'는 믿고 보는 작품이다.
초연 이래 40년간 전 세계에 걸쳐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영화까지 제작돼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한국에선 2000년 초연 이후 무려 10차례나 공연돼 서울에서만 500여회에 걸쳐 55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한 마디로 검증이 끝난 작품이다.
지난달 2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시카고'가 더욱 기대를 모은 이유는 본고장인 '브로드웨이' 배우들이 '원어'로 작품의 감동을 전해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이미 2003년 첫 내한공연 이후 라이선스 버전으로만 무대에 올랐으니 무려 12년 만이다.
기대대로 오리지널 배우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섹시함으로 무장한 채 1920년 보드빌 무대를 배경으로 정통 '시카고'의 무대를 선보인다.
시작부터 섹시한 의상과 배우들의 도발적인 무대는 관객들을 압도한다. 특히 심플하면서도 강렬한 조명은 배우들의 춤과 연기에 집중되며 관객들이 작품에 순식간에 몰입하도록 돕는다.
메인 테마곡인 '올 댓 재즈'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넘치는 재즈선율은 관능적인 안무와 어우러지며 관객들을 시각적·청각적 향연으로 안내한다. 14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배우들의 감정을 쥐었다 놨다 하며 작품의 한 부분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배우들은 대부분은 최근까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 배우들이다. 예상대로 특유의 감각적인 몸놀림과 8등신 몸매의 매력은 압권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았다. 최근까지 브로드웨이 무대에 선 배우들이라고는 하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한국 관객들의 기대감을 채우기엔 부족해 보였다. 특히 벨마 역의 테라 매클라우드는 영화 속 캐서린 제타 존스의 가공할 매력을 선보이기엔 역부족이었고, 가창력도 카리스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최정원이란 이상적인 벨마를 갖고 있는 한국 관객들로선 '공허함' 마저 느껴지게 했다.
록시 하트 역을 연기한 딜리스 크로만은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며 캐릭터를 풍요롭게 표현해 냈다. 하지만 옥주현, 윤공주, 아이비, 이하늬 등과 비교해 차별화된 매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밖에도 '마마 모튼' 등 감초 배우들의 연기력과 가창력도 썩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
무대 양 끝에 설치된 자막 역시 작품에 집중하는데 방해요소로 꼽힌다. 다양한 글씨체와 독특한 해석으로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기도 하지만, 곁눈질로 무대와 자막을 동시에 보기엔 지나치게 무대와 멀리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
반면, 무대 장치와 조명 등은 국내 공연과 그리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멀기로 유명한 국립극장과 '시카고'의 무대는 궁합이 잘 맞는 편은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공연은 14년간 갈고 닦은 한국 공연이 이미 세계무대와 견줘도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완성형에 가까웠음을 깨닫게 해주는데 그쳤다.
한편, '뮤지컬계의 신화' 밥 파시에 의해 무대에 올려진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다. 무엇보다도 살인, 폭력, 착취, 간통 등 범죄가 난무하고 돈이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던 당시 시카고의 시대상에 대한 비판의식이 짙게 깔려 있다. 8월 8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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