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승인...그룹 지주회사 위상
삼성물산 찬성 69.53%, 제일모직 '만장일치'
9월 통합법인 출범참석...통합법인 그룹 지주회사 위상 갖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안건이 17일 양사의 임시주주총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양사간 통합법인이 9월 1일 출범하게 된다.
제일모직은 이날 오전 9시 서울 중구 태평로 2가 삼성생명빌딩 1층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 만장일치로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삼성물산도 이날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주주들로부터 69.53%의 찬성표를 받고 합병안을 승인했다.
이날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위임했거나 현장에서 표결에 참여한 주식 수 1억3235만5800주 중 총 9202만3660주가 합병에 찬성해 약 69.53%의 찬성률을 보였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 1억5621만7764주로, 주식 총수에 따른 이 날 주총 참석률은 84.73%로 파악됐다.
△삼성물산 69.53% 압도적 승리...제일모직 '만장일치'
총회 특별결의에 해당하는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 안건이 통과되려면 3분의 2에 해당되는 55.7%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날 임시주총에는 의결권이 있는 전체 주주 11만263명 중 553명이 참석했다.
투표결과, 69.53%의 찬성표를 얻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날 투표에서는 합병안 외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주주제안을 통해 요구한 ‘주식 등 현물배당안’이 부결됐다. 앞서 엘리엇 측은 삼성물산에 보유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삼성물산 주총장은 오전 일찍부터 많은 주주들이 몰리면서 위임장 및 주주 확인에 시간이 소요돼 당초 예정시간보다 35분을 넘긴 오전 9시 35분경시작됐다.
투표가 진행되기 전 약 1시간 20분 가량 의사진행발언이 이어지면서 찬반 공방이 팽팽히 오갔다. 이 과정에서 회의장 안팎에서는 양측이 고성을 지르기도 하는 등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합병안건에 대한 찬반투표는 오전 11시 투표시작부터 개표까지 약 2시간이 소요됐다.
같은시각 제일모직은 삼성물산과 달리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에서 주주총회가 개최돼 만장일치로 합병 승인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오전 9시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의 사회로 시작된 주총에서 개회 17분만에 삼성물산과의 합병안을 결의했다. 이어 현물배당과 정관변경(주총결의를 통한 중간배당) 등의 안건도 잇달아 통과시켰다.
이날 주총에는 주주 및 기관투자자 등 430여 명이 참석했으며 참석 주식수는 9949만9480주로 85.80%에 달했다.
이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오는 9월1일부터 통합 삼성물산으로 출범한다.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와 그룹 창업정신을 잇는 차원에서 사명은 삼성물산 그대로 유지한다.
양 사는 합병을 결의하는 자리에서 주가 비율에 따라 제일모직(1), 삼성물산(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에 반대하면서 삼성과 엘리엇은 마지막까지 공방을 벌여왔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주총일부터 오는 8월 6일까지로 채권자 이의제출 기간은 다음달 18일까지다. 합병등기 예정일은 9월4일이며 신주상장 예정일은 9월15일이다.
△양사 합병으로 시너지 창출 및 지주회사 위상도 갖춰
양사의 합병으로 건설부문 통합과 함께 신수종 사업은 바이오 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또 삼성물산의 상사 부문과 제일모직의 패션 및 식음료, 레저 사업의 결합에서도 시너지가 창출될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합병법인이 패션·식음·건설·레저·바이오 등 생활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합병법인의 매출도 2014년 34조원에서 오는 2020년 60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그룹의 신수종사업인 바이오분야는 합병 삼성물산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현재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5월 삼성전자와 구 삼성에버랜드가 주축이 돼 설립한 바이오의약품 생산 전문기업이다. 또 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를 연구개발(R&D)하는 회사다.
현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각각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46.3%와 4.9%를 보유하고 있어 통합 합병법인은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모회사가 된다. 또 바이오로직스가 지분 90.4%를 보유하고 있는 바이오에피스도 손자회사로 삼게 돼 바이오사업의 역량도 한층 강화해 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사실상 삼성그룹 지주회사로서의 위상도 갖추게 된다. 양사가 합병하면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에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단순화된다.
이로써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사업구조 재편작업이 이번 합병승인을 통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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