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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엔' 캡등 안붙이고 운영? 불법 콜뛰기랑 뭔 차이"


입력 2015.08.01 09:25 수정 2015.08.01 09:26        박진여 수습기자

개인·모범택시기사, 고급택시 등장에 부글부글

"택시업계의 발전과 시민 만족도 증가" 의견도

오는 10월 시범운영되는 고급택시 '하이엔'에 개인 일반·모범택시 운전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연합뉴스(국토교통부 제공)

오는 10월부터 고급택시 '하이엔'이 시범운영 된다는 소식에 개인 일반·모범택시 등 택시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이엔’은 서울특별시택시운송사업조합과 한국스마트카드(KSCC)가 공동출자한 법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이엔 시범운영을 앞두고 “법인택시회사 소속의 무사고 운전자들을 선발해 항공승무원급 서비스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서비스 질 향상에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개인택시 기사나 택시업계 관계자 등은 “(고급택시 운영법인이 생기면) 개인택시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모범택시는 대부분이 개인택시인데 국토부나 서울시 등에서 홍보를 도와주는 고급택시가 생기면 출발점이 안 맞는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서울시 온라인 택시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김모 씨는 '하이엔'이 배기량 2800cc 이상의 리무진급 고급택시라고 강조하는 것에 대해 "모범택시도 이 이상 되는 택시가 굉장히 많다”며 “차량과 서비스는 비슷한데 기본요금이 1.5배 차이가 나면 반발을 살 만 하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경쟁을 하려면 2800cc이상 기준을 갖고 있는 모범택시도 하이엔과 동일한 요금체계로 바꿔주고 그밖에 다른 조건들도 동일하게 맞춰줘야 한다"며 "모범과 하이엔 모두 동일한 출발선에서 그 다음 단계인 서비스로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이어 “모범택시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생기는 것이니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하이엔과 비교해 가장 불공평한 것은 택시방범등(캡등) 설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택시 외관상 '고급스러움'을 결정짓는 캡등이 모범택시에는 부착되고 '하이엔'에는 부착되지 않으면 모범택시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김 씨는 “모범택시에는 캡등이 실질적으로 부착돼있고 고급택시는 부착이 안 되는 것으로 나와 있는데 이런 부분이 손님을 유치하는 데 있어 굉장히 차이가 나게 돼있다”며 “주로 기존 모범택시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주머니 사정이 괜찮은 승객들이 많은데 모범은 캡등이 부착된 상태에서 요금도 싸고 하이엔은 캡등도 없고 요금도 비싸고 이렇게 경쟁해놓으면 당연히 (이미지 상) 하이엔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급의 이미지는 캡등이 있냐 없냐에 달렸다”며 “모범이나 고급택시는 주로 승객들이 접대용으로 예약해 운영하는 건데 평소 모범을 타는 사람들이 고급택시가 나오면 기존 캡등이 설치된 모범은 안 부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항공승무원급' 서비스 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씨는 “'하이엔' 운전자들에게 항공서비스 수준 정도의 교육을 시켜 서비스를 한다고 했는데 솔직히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승차거부 안 하겠다고 스티커 붙여도 승차거부 하는 것과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지금 모범 택시기사들 보면 제복도 입고 서비스교육도 하고 외국어 할 줄 아는 분들도 많고 차도 항상 닦는다”며 “물론 모범 기사들이 100% 이런 것은 아니지만 고급택시 기사라고 100% 만족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무리 서비스 교육을 시켜도 개중에 5%정도는 꼭 문제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며 “일례로 고급택시는 외국인 승객을 많이 모실 텐데 외국인 승객을 잘 모시면 운전자 간 팁 문화가 생길 거고 여기서 생기는 격차가 갈등의 불씨가 되기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서울에서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김홍기 씨 역시 서비스 문제에 대해 “현재 모범택시만 봐도 배기량 좋고 서비스 좋은 차량이 많은데 차라리 이걸 고급화해서 서비스 질을 높여야 예산도 절약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흥기 씨는 "현재 택시기사가 불친절하다는 건 일부 이야기인데 억울한 면이 있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고급택시를 만들게 아니라 오히려 택시를 줄여 업권 보호막을 친 상태에서 질 좋은 서비스를 하게끔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를 들어 캠핑장 가면 텐트를 설치할 땅을 고르게 다듬은 다음 그 위에 텐트를 쳐야 하는 건데 (고급택시 도입은) 땅도 고르지 않고 그 위에다가 브랜드 텐트만 설치하는 것”이라며 “바닥도 고르지 않은 상태에서 설치한 텐트가 오래 갈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또한 김 씨는 캡등 부착여부와 관련해 불법 자가용택시영업인 ‘콜뛰기’의 예를 들며 “형평성 문제를 넘어 불법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로 유흥가 여종업원들의 콜택시로 알려진 일명 ‘콜뛰기’는 고급 차량을 원하는 시간대에 이용할 수 있어 일반택시보다 2배 정도 비싼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불법 자가용택시영업이다.

김 씨는 “콜뛰기 차량을 약간 응용한 게 우버택시고, 그걸 응용한 게 이번에 나온 고급택시 아니냐”며 “캡등도 안 붙이고 운영하는 게 불법 콜뛰기와 무슨 차이가 있나”라고 개탄했다.

반면, 일부 택시기사에 의한 질 낮은 서비스와 안전문제로 비상등이 켜지던 택시업계에 ‘혁신의 바람’이 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범시민사회단체연합 사무총장)는 “택시업계 전체가 낙후된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계기를 통해 택시업계 스스로 개선하고 개혁해 혁신된 모습으로 시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이사는 '택시문화 발전'에 초점을 맞춰 “‘국제도시 서울’ 위상에 맞게 택시문화 서비스도 국제적 기준과 부합하는 ‘다양화’가 이루어 져야 한다”며 “택시문화도 자유시장경제차원에서 고객니즈에 맞춰 공급하는 서비스가 돼야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외국의 경우 택시마다 서비스·가격이 다양해 승객들이 자신의 기호나 취향에 따라 택시를 골라 탈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강압적으로 단일화된 서비스를 재공 했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면 택시업계도 좋아지고 시민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임 이사는 “이번 기회를 빌어 민간차원에서도 택시상품이나 서비스 문화를 다양하게 펼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하고, 관도 그런 길을 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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